미국 테러 대참사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24일 아프간 국민과 세계의 이슬람 신도들에게 `미국 십자군'에 대항해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빈 라덴은 이날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방송한 성명에서 "나는 우리가 영웅적이고 신앙심 깊은 아프간 국민과 함께 확고한 성전에 참여하고 있음을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의 이슬람 형제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십자군이 파키스탄과 아프간을 침공하지 못하도록 물리쳐 달라"고 촉구했다. 이 성명서는 24일에 작성된 것으로 빈 라덴의 서명이 돼 있으며 알-자지라 방송이 빈 라덴측으로부터 팩스로 받아 방송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아랍권 전역에 방송되는 위성방송으로 독립적이고 공격적인 편집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빈 라덴이 자신의 의사를 외부로 알리는 통로가 돼 왔다. 빈 라덴은 성명에서 "(파키스탄) 카라치의 이슬람 형제들이 미국 십자군과 동맹군의 침공에 반대하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는 이들이 십자군의 수장인 부시가 십자가 깃발 아래 이끌고 있는 새로운 기독교-유대인 십자군에 대항해 싸우는 이번 전투의 첫 순교자로 받아들여지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집권 탈레반도 유엔 구호요원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국민에게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전투태세를 강화했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유엔아동구호기금(UNICEF)의 스테파니 벙커 대변인은 "탈레반이 카불과 칸다하르의 유엔 사무소를 급습해 위성전화와 무전기, 컴퓨터, 차량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를 어기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물라 오바이둘라 아크훈드 탈레반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서에서 "30여만명의 무자헤딘(성전 전사)이 아프간의 국경과 중요 지역을 지키고 있다"며 "아프간 국민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성전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도 세계 주요 통신사에 보낸 성명서에서 "미국은 빈 라덴을 죽여도 테러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며 "걸프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슬람을 없애려 하고 있으며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를 고수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 자신에게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키스탄이 이날 카불에 남아있던 외교관 10여 명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이는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할 경우 이들의 안전을 우려해 취해진 조치로 풀이되며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외교관계를 단절한데 이어 파키스탄마저 외교관을 철수함으써 아프간은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게 됐다. (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