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냉전 당시 중앙정보국(CIA)을 악명떨치게 했던 것과 유사한 비밀작전으로 회귀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옵서버지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조지 W. 부시 미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비밀리에 수행하기 위해 정보당국에 폭탄, 세균 및 뇌물 사용 등 과거의 추악한 전술들을 다시 구사할 수 있도록공식 허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그림자 전쟁'(Shadow War)의 구성요소인 '다른 방안들'이란 표현으로 암시한 바있다. 그는 당시 그같은 방안들이 수행돼도 기자나 일반인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 아무 감시도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이란-콘트라 무기밀매 스캔들과 같은 작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테러 대참사를 사전 경고받고도 이를 저지하지 못한 정보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암살작전 지원과 콩고의 초대 총리를 지낸 공산지도자 패트리스 루뭄바 암살사건 개입 등을 떠올리며 CIA가 가장 음울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는 정보 요원들의 외국인 암살 금지조치를 폐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 등의 후원 아래 이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지난주 이 조치가 재검토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상원의원과 관리들은 전화도청 제한 규정을 완화해 미국에 있는 잠재적인 테러용의자들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 한결 쉬운 방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보업무는 감청 및 분석 기술에 크게 의존했으나 이같은 방안이 실현될 경우 앞으로는 테러 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요원들을 모집, 운용해야하기 때문에 훨씬 더 업무가 어려워지고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공화당측에서는 CIA가 범죄 경력이나 테러 관련 기록이 있는 요원들을 모집하게 될 것이라며 미 정부의 이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이스라엘의 비밀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서 테러퇴치 암살작전을 수행을 성공하긴 했지만 그 무분별적인 접근이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막지는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차라리 관련 정보원들에게 정보자금을 더 주고 관리하는 편이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