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9.11 테러 참사의 배후로 오사마 빈라덴을 지목하고 그를 비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전면전이냐 국부공습에 이은 특수작전이냐 등 미국이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 사용할 전술.전략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지난 1989년 미국이 3만명에 이르는 미군을 파병, 축출시켰던 파나마의 전(前) 군부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사건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없지않다. 빈 라덴이 노리에가를 연상케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두사람 모두가 사실상 미국의 지원하에 각각 자신의 세력을 키웠다가 결국 미국에 의해 제거 당할 운명을 맞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침공으로 미국에 압송된뒤 재판을 통해 자신이 미국 중앙정보부(CIA) 첩자였다고 공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1천만달러를 웃도는 정치자금까지 받았다고 진술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있지만 당시 미국 검찰은 그가 지난 71년부터 CIA로부터 16만1천달러, 미 육군으로부터 16만2천달러를 각각 받은 미국의 첩자라는 점은 인정했다. 노리에가는 이와 함께 자신이 미국 CIA를 도와 파라과이의 콘트라 반군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밝히는 한편, 지난 1976년 파나마 운하 조약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넘겨줄 목적으로 이에 반대하던 운하 주변 미국인들을 겁주기 위해 일련의 폭발을 사주했으며 자신이 이를 위한 폭발훈련에도 참가했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다른 주권국가에 파병, 대통령을 체포.압송하는 초유의 강수를 둔 미국이었지만, 자국 법정이 노리에가에게 부여한 죄목은 '마약밀매'로, 판결은 40년 징역형이었다. 빈 라덴 역시 지난 1979~1989년 10년에 걸친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아프간 정권의 지원을 받아 소련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급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당시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 등지의 지원으로 건축한 아프간 산악지역의 방공호들이 현재 그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가 당시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인 스팅어는 현재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최대의 장애 가운데 하나로도 평가된다. 만일 미국이 빈 라덴을 체포해 법정에 세울 경우, 그의 입에서 나올 미국과의 유착관계가 노리에가의 그것에 못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짐작도 가능케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공교롭게도 빈 라덴과 노리에가 모두가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노리에가를 연상시키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이 파나마 운하협정 체결을 위해 운하 부근을 폭파시켰다고 노리에가가 진술한 지난 1976년 당시 CIA 국장은 부시 현(現)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였으며 아버지 부시는 노리에가에 대한 재판을 대통령으로서 지켜봤다. 아들인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은 지금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제1의 테러리스트를 놓고 전면전이냐 특수작전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