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미 의회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일 각각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경기부양 대책을 논의했다. 의회는 긴급 교통위원회를 소집,상황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구제금융성격을 띠고 있는 지원대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않아 막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지원=당초 항공업계가 요구한 지원자금은 2백40억달러 였지만 백악관 등에서 보수적으로 계산,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백악관은 일단 운항중단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현금지원용으로 50억달러를 책정하고 공항안전 강화용으로 30억달러를 더 지원,80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가 장기대출해 달라고 요청한 1백25억달러는 일단 보류했다. 그러나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항공업계는 보안이 대폭 강화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승객수도 대폭 감소했기 때문에 자금지원을 받더라도 2~3개 항공사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마이크 심슨 의원(아이다호주)은 "경기 부진으로 테러 직전에 이미 승객수가 줄고 있었다"며 "경영 잘못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추가 감세=카렌 휴즈 백악관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은 8가지 정도의 부양대책을 놓고 무엇을 선택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즈 보좌관은 "그중에는 자본이득세(유가증권 및 부동산양도차익과세) 인하,지급급여세(종업원에게 지급한 급여를 토대로 고용주에게 물리는 세금) 유예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백악관의 다른 보좌관은 호텔 등 이번 테러참사로 타격이 큰 업종들에 대한 투자세액 감면 등도 검토 대상이며 재정지출 확대도 공화당 의원들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겠다"고 강조,종합대책 형태로 발표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고용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시기=항공업계 대표들은 "지금 지원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호소할 정도로 경기진작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지만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그린스펀 FRB의장은 "테러참사의 충격을 평가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조차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소비행태가 언제 얼마만큼 정상화될지 알아야만 필요한 대책의 수위를 정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1주일이나 열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