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게는 `프레지던트'(대통령) 앞에 `검증되지 않은'(untested)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작년 대선때 부시는 텍사스주 지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을받고 홍수로 집을 잃은 한 가정을 위로하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가 큰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없음을 시사해준다. 그러나 지난 11일 동시테러 참사후 부시 대통령은 크게 달라졌다. 국민단합을 호소하고 테러분쇄를 위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는 등 행정부의 `최고홍보사령관'(communication-in-chief)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최근 이런 면면에 대해 그가 많은 전임대통령이 직면했던 위기보다도 더 어려운 위기를 `노련하게' `능숙하게' 처리함으로써일부 험담가들마저 놀라게 하고 있는 것으로 평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 즉 최고경영자(CEO) 방식 대로 대테러전쟁의 목적과 방향, 강도 등 큰 것만 결정하고 구체적인 정책은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에일임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대테러전의 강도와 대상을 천명해줌으로써 무슨 정책을 어떻게 검토해야 할지 사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부시의 최고위 측근중 한사람인 캐런 휴스 대통령고문은 부시가 테러참사 직후테러리즘에 대해 전쟁으로 대응하길 원하고 있었으나 국가를 진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 `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참사 당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백악관 집무실에서 향후 쓰이게 될 캐치워드(표제어)를찾는데 몰입했다. 작년 대선때 부시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휴스 고문은 부시 대통령이 `전쟁'이란표현을 처음 쓴 것이 "우리는 앞에 놓여 있는 것을 위해 국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쟁행위들이 우리를 상대로 자행됐다고 말했을 때였다"고 밝혔다. 휴스는 "대통령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적에 관해 얘기하길 바랐다"면서 "대통령은 나에게 몇장의 캐치워드 초안을 건네줬으며 그중 하나는 `이것은도망하고 숨는 적이다. 그러나 영원히 숨을 수는 없다'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이 캐치워드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물론 연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모 및 규탄 집회의 주요 슬로건이 됐다. 일부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부시가 기독교-이슬람 문명간 충돌을 자극하는 `크루세이드'(십자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세계의 모든 테러리즘 분쇄를 천명함으로써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으나 빌 클린턴 전대통령 등 전임대통령들이 과거직면했던 위기에 비교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위기를 계기로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한번에 한가지큰 문제에 집중하는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시의 위기해결 접근방식은 ▲자본이득세감면 등 부수적 문제를 차치하고 테러분쇄라는 단일주제에 집중 ▲국가와 외국을 반테러 전쟁 쪽으로 규합 ▲구체적 군사.외교 전략은 참모들에게 위임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부시 참모들은 대통령이 모든 주요 결정을 내리고 국가안보회의를 적극 주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보스니아 내전 대책 회의에 6시간이상 참석해 구체적 결정을 관여했던 클린턴보다는 91년 걸프전 참전하기 까지 외국지도자들의 통화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시는 18일 현재 20여명의 외국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접촉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능숙한 위기대처로 그의 업무추진 찬성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70%를 웃돌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 로널드 브라운스타인은 "이번 위기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혼자서 처리할 수 없는 총체적 도전에 직면했을 때 연방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분리될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