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17일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파키스탄 대표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타르 타스 등 일부 언론은 탈레반이 빈 라덴의 인도 전제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하고 탈레반 고위 군 지도자는 성전을 촉구했다는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빈 라덴의 인도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과 파키스탄 대표단과의 회담후 탈레반의 2인자인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만일 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포함한 모든 무슬림은 성전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성전(聖戰.지하드)을 준비하라고 호소했다. 현재 미국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이 이틀 남아있고 아프간의 최고 정책결정 기관인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 회의'가 18일 소집된 상태이긴 하지만, 탈레반이 빈라덴을 인도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빈 라덴 인도 협상 = 탈레반은 17일 파키스탄과 벌인 협상에서 이번 테러 대참사가 빈 라덴에게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는 한편 세계 50여개 이슬람국가가 참여하는 이슬람회의기구(OIC)가 정식으로 요구하면 그를 인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은 말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파키스탄 협상단과 만나자마자 증거를 갖고 왔는지를 물었고, 이에 협상단은 부시 미 행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전달했으나 탈레반 관리들은 만족하지 않은 눈치였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은 전했다. 이날 3시간여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협상단 대표인 파키스탄 정보부장 마흐무드아흐메드 장군은 탈레반측에 빈 라덴을 넘겨주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공격을 피할 수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사실상 협상은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다. 탈레반 국영통신은 18일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비난은 근거가 없으며 아프간공격을 위한 구실일 뿐"이라며 빈 라덴 인도요구를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탈레반은 이날 협상에서 빈 라덴에 대한 재판이 열릴 경우 적어도 1명의 이슬람판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 기존 입장이 다소 완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으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미국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이는 `시간벌기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협상단은 일단 최후통첩 시한이 남아있는 만큼 하루를 더 기다려 18일에도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탈레반 聖戰 선언설 = 탈레반 지도부는 이에 따라 18일 미국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민에게 미국에 대한 '지하드'를 준비할 것을 밝혔다고 텔레반의 바크하르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빈 라덴이 미국 테러 공격에 관련됐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전 국민이 대동단결해 미국 침입자들에 대해 지하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러시아제 스커드 미사일로 무장한 병력을 파키스탄 국경 지대로 배치함으로써 전쟁 발발시 미국을 지원하는 파키스탄에 대한 공격 준비 작업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또 군 보강을 위해 인도령 카슈미르에 있는 이슬람 이탈세력을 소환했다고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측은 바크하르통신의 `성전' 선언 보도를 즉각 부인하면서 미국이공격하면 자동적으로 지하드를 수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 아프간에 거주하는 쿠웨이트 성직자 셰이크 술레이만 부가이트는 17일 모든 이슬람교도들에게 "유대인과 미국인,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성전 선언을 요구하는 칙령을 발표했다고 한 쿠웨이트 신문이 전했다. 아프간 피난 행렬 = 이처럼 전운이 고조되자 아프간과 접경해 있는 파키스탄에는 파키스탄의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아프간 피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엔은 최근 며칠동안 탈레반 거점 칸다하르 인구의 절반 정도인 20여만명이 미국의 공습을 우려해 피난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칸다하르 인근 국경지대인 차만에서는 2만여명이 폐쇄된 국경선을 부수고 파키스탄으로 몰려드는 등 아프간 주요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언론이 전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도 집권 탈레반 관리들이 피난길에 올라 안전한 시골 친척집으로 대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라마바드.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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