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가득 태운 여객기가 110층 건물에 충돌하고 이내 건물이 붕괴되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영국 BBC방송은 17일 이번 미 테러사건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어른들은 만화나 팝스타에게만 관심이 있을 것으로만생각했던 아이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됐다. '테러 장면'들은 평소 자녀들의 TV 시청을 제한하는 부모들이라 하더라도 어쩔수 없을 만큼 하루 종일 화면에 비쳐지고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이런 결과 4살짜리 꼬마 아이가 피랍 여객기의 건물 충돌장면을 보면서 "저 비행기 조종하는 아저씨들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라고 묻기도 한다. 꼬마의 8살난 누나 또래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동생 또래보다는 조금 넓다. 학교측은 아마 부모님들이 설명해 주길 바라는 생각에서 참사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8세 전후 아이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정도다.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섭다"는 한 친구의 걱정에 "우리 집은 쌍둥이 빌딩처럼 매우 중요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 충돌사고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한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또 사람들이 붕괴 직전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데 대해서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뛰어내려 죽느냐 아니면 붕괴된 건물에 깔려 죽느냐둘 중 하나의 상황이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곁들인다.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은 죽을 자격도 없다.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개인의 '철학'을 피력하기도 하고 "화면과 기사만 보면 슬퍼져 보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 최소 한달은 이 기사가 전 미디어를 장식할 것으로 본다"는 식의 전망까지 한다. 이번 테러사건과 관련, 어른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교육심리학자인 패트리샤 매카프리는 "아이들이 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은 미국 테러참사에 대해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어른들과 두려움과 걱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이를 극복하고 사건을 이해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