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17일 지난 주 뉴욕과 워싱턴의 동시 테러공격 이후 이슬람교도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일련의 보복성 테러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행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의 이슬람센터를 방문,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폭력행위는 이슬람교의 진정한 교의가 아니며 미국민들은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이슬람교지도자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분풀이를 위해 같은 미국시민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최선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인류의 최악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그런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내에는 "조국에 엄청나게 귀중한 기여"를 한 이슬람교도들이 수백만명이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분노와 격앙된 감정 속에서도 서로가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베일을 사용하는 일부 이슬람교도 여성들이 지난 주의 테러공격 이후 박해를 우려해 외출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면서 이 여성들이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수행한 백악관 보좌관 및 경호원들은 이날 이슬람교 관습에 따라 신발을 벗고 회교센터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에 대한 동시 테러의 주범으로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이슬람과격파 오사마 빈 라덴이 지목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이슬람교도와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 박해 및 공격행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애리조나주 메사에서는 인도계와 레바논계 미국인이 각각 일하고 있는 2개의 주유소에 총기를 난사, 1명을 숨지게 한 범인이 체포돼 살인 및 살인기도혐의로 기소됐다.


또 텍사스주의 댈러스 경찰은 지난 주말 발생한 파키스탄인 살해사건이 이번 테러공격으로 촉발된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일 테러공격 이후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폭행 및 방화사건과 인종이 빌미가 된 살인사건 등이 10여건이나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과 위협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멀러 국장은 그러한 공격행위가 증오범죄에 관한 미국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FBI와 법무부는 위반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사, 모두 기소할 것이라면서 현재 약 40건의 증오범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멀러 국장은 한편 이번 테러사건 이후 일부 아랍계 미국인들이 순전히 인종적인이유 때문에 수사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FBI는 인종을 근거로 특정인을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단지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아랍계 미국인들을 심문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ksshi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