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세계 테러 배후및 지원세력에 대해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프랑스는 미국에 대한 지지는 천명하되 군사적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있다. 11일 테러참사 발생이후 프랑스 정부와 언론들은 일제히 "우리도 미국인"이라는 표현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테러행위에 대한 규탄에 나섰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수차례 TV 회견에서 "광기어린 살인행위를 제재하는데 있어서 프랑스는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군사적 행동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시라크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프랑스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하고 "각국은 판단에 있어서 주권을 갖는다"며 "군사적 보복을 위해 결코 백지수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프랑스의 '자유로운 판단'과 '주권'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또한 "이슬람과의 전쟁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며 종교적 의미의 '선과악의 대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알랭 리샤르 국방장관은 "이정도 규모의 테러행위가 발생했을 때 지도자들은 장기적으로 테러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단순한 처벌로는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군사행동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폴 킬레 하원 국방위원장은 "프랑스가 계획에 깊이 개입되지 않은 어떠한 군사작전에 프랑스군이 투입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시라크대통령은 18일부터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미국방문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으로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중동및 마케도니아 문제를 다룰 계획이었다. 미국방문에 앞서 시라크대통령은 15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등 유럽 지도자들과 접촉, 프랑스가 유럽국가들과 "공동입장을 취할 것"을 확인했다. 한편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두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총리는 이번 위기 대처 방식이 자신들의 이미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인식, 경쟁적으로 국민들앞에 나서고있다. 조스팽총리는 참사 발생 직후 종합적인 국내 치안 대책인 '비지피라트(Vigipirate)' 계획을 강화할 것을 발표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