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미국 지도부가 16일 오사마 빈라덴을 포함한 전세계 테러 배후 및 지원 세력에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전쟁을 선언한 것과 관련, 17일 오전 현재(현지시간) 현재 별다른 논평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등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테러를 '21세기의 역병'으로 규정하고 테러범 색출을 위한 러-미 정보당국간 정보 교환을 제안하는 등 국제사회의 테러 퇴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입장을 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 15일 아르메니아 방문을 마치며 이번 테러를 '나치 침략'에 비교하는 등 미국의 테러 응징 입장을 묵시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그러나 정작 구체적 행동에 있어서는 테러 보복을 위한 미국 계획에동참하기보다는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거나, 때로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지구촌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틀간의아르메니아 방문을 강행한데 이어 17일에는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 들러 휴가에들어갔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에 직접 연루되기 싫다는 듯한 인상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도 앞서 미국이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공격을 위해 옛 소련 공화국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영토를 이용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심지어 지난 11일 테러 발생 직후부터 미국측 미사일방어 계획 무용론을 집중 제기하는 등 이번 사태를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점에 비춰 러시아는 앞으로 당분간 테러에 반대하는 보편적인 명분은 견지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은 유보하는 `관망자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