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프간과 인접해있는 파키스탄에서는 15일 외국인들이 서둘러 철수하는 등 전쟁의 암운을 짙게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특히 아프간 국경지역에서는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수도인 이슬라마바드 등에서는 방콕과 싱가포르로 나오는 국제선항공표가 거의 매진돼 일부 외국인들은 아예 항공편을 포기, 육로를 이용해 인도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으며 교민들도 대책회의를 열어 비상연락망를 점검하고 가족들을 우선 대피시킨 뒤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아프간 국경인접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 3-4가족은 이미 남쪽으로 대피한 것으로 안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카라치 주재 이시영(李時榮) 총영사는 "인도양쪽에 있는 카라치의 경우 차분하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지만 아프간의 국경과 인접해 있는 페샤와르에서는 전쟁의 참화를 피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행렬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영사는 또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도 공항이 폐쇄되기 전에 철수하려는사람들로 공항이 붐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주민들은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위해 파키스탄을 중간경유지로 삼을경우 파키스탄도 전쟁의 불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라호르에 머물고 있는 상사주재원 황권순씨는 "미국인들과 일부 일본인들이 벌써 철수하기 시작하는 등 외국인들의 철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공항이 폐쇄됐다느니, 곧 폐쇄될 것이라느니 갖가지 루머가 돌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심지역에서도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있다고 황씨는 전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아직까지 자세한 상황을 보도하지 않고 있어 현지에서도 미국의 CNN방송을 통해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갑갑하고 걱정이 된다"면서 "다만 큰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콕이나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항공표를 구하기 어려워 상황이 긴박해지면 일단 인도쪽으로 피신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며 대사관에도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한인회도 14일 밤 대책회의를 열어 비상연락망을 긴급히 재점검하고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가족들을 이동시킨 뒤 상황을 봐가면서 전면적으로 철수키로 하는 등 단계적인 철수계획을 수립했다고 한인회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