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3일 뉴욕과 워싱턴 테러 참사를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선포하고 이를 응징하기 위한 본격적인 개전태세에 돌입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것이며, 우리를 향해 선포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결의는 확고하고 강력하다"고 밝혀 대(對) 테러리즘 전쟁의 승리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뉴욕 시장.주지사와 전화 회의후 "지금 미국에는 조용한 분노가 흐르고 있다"며 격앙된 어조로 강력한 응징의 뜻을 거듭 시사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이 '예비적인 조치'에 따라 메릴랜드의 캠프데이비드로 이동했으며, 상원에서는 한때 폭발물로 의심될만한 물체가 발견돼 급히 의원들을 소개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13일 오후 현재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 남아 있다고 밝혔으나 체니 부통령의 이동 배경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부터 미 전역 공항의 항공기 착륙을 허용했으나 뉴욕의 뉴어크 등 3개 공항에 대해서는 연방수사국(FBI)의 조치에 따라 다시 항공기 착륙을 중단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를 갖고 응징공격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공동작전을 위한 결속을 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비상시 긴급대응권 차원에서 의회 승인을 전제로 사실상 개전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사전경고없이 테러집단을 군사적으로 응징할 수 있다"고 밝혀 개전 선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럼즈펠드 장관과 합참, 국방부 전략가, 유럽.중동 지역사령부의 군 고위간부들은 이날 잇따라 협의를 갖고 인도양과 유럽사령부를 비롯한 전세계 미군의 신속배치및 전투기 편대 긴급발진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테러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된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반미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임박해진 가운데 미국은 이날 인접국 파키스탄에 국경을 봉쇄하고 영공 통과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또 아라비아 반도 인근의 미 항모 엔터프라이즈호가 임무교대후 귀환 일정을 취소하고 고정 배치상태에 돌입했으며, 인도양 가르시아 섬 공군기지 등에 평소 병력이상을 유지, 사실상 공격명령 준비체제에 들어갔다고 국방부 관리들은 전했다.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13일 미 최고 당국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테러 배후조종자로 빈 라덴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정보 소식통들은 빈 라덴이 테러 사건 발발 직후인 지난 11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의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새 은신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미국의 보복공격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3일까지 빈 라덴이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강변하고 그의 신병을 넘겨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미 FBI 주도로 미 전역과 독일, 프랑스,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지에서 동시 다발로 이뤄지고 있는 테러 용의자 수사가 큰 진전을 보고 있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테러에 사용된 4대의 비행기를 납치한 범인이 최소한 18명 이상이라고 밝혔으며, 미국 언론들은 최대 50명 이상의 용의자 신원이 확인돼 10여명을 수배중이라고 전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테러의 배후근거지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부르크 주택과 아파트 12곳을 수색하고 공항근무 요원 한명과 참고인 자격의 여성 한명 등을 연행해 조사중이다. 프랑스와 UAF 수사당국도 자국내 이슬람 조직이 빈 라덴과 연계된혐의를 포착, 단서를 추적중이다. 한편 뉴욕 구조현장에서 소방관 5명이 구출된 가운데 워싱턴 국방부 건물(펜타곤) 테러로 비행기 탑승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190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세계무역센터 실종자 수가 현재까지 4천763명이며, 시신 94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