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미국의 보복공격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3일 미국 동시다발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넘겨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이날 아프간 칸다하르 집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빈 라덴이 이번 테러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라덴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라덴을 비난하기 앞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사실상 전시체제에 들어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파키스탄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슬라마바드의 믿을 만한 정보관리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미국의 보복공습에 대비해 박격포와 전투기를 비롯 다른 중화기의 재배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남부 아프가니스탄 접경도시 쿠에타의 한 정보관리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탈레반 군벌 내부는 전시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들이 미국 공습에 대항해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관리들은 또 빈 라덴이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그의 은신처를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빈 라덴이 평소보다 훨씬 재빠르게 여러 곳의 은신처를 옮겨 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98년 미 대사관 테러이후 배후조종자로 지목한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특수요원을 동원한 검거작전을 폈지만 현지인 10여명이 숨졌을 뿐이다. 이와 관련, 미국 수사당국은 파키스탄측에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체포작전에 파키스탄이 군사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파키스탄측은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최고 정보기관 책임자 마흐무드 아흐메드 장군이 이날 워싱턴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과 비밀회동을 갖고 파키스탄의 군사작전 지원여부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