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참사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44)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미국 정보당국 등은 빈 라덴과 그의 과격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al Qaeda)를 이번 테러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그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군정 탈레반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도 빈 라덴이 아프간 모처에 은둔해 있으면서 활동의 근거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확한 은둔장소는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그를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수배자중 최우선 수배대상으로 지정했다. 5백만달러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그러나 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빈 라덴은 지난 96년 수단에서 내전에 휩싸여 있던 아프간으로 이동한 이후 주변에 정교한 안전망을 구축해왔다. 수백 씩 떨어진 여러 거점들을 픽업트럭이나 헬기로 이동하는 수법으로 미당국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끔 "대역"을 내세워 추적자들을 헛걸음질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같은 은신수법은 이미 지난 80년대 아프간에서 소련에 대한 저항운동을 벌이던 이슬람 세력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단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옛 소련역시 그를 추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빈 라덴은 아프간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의 "귀빈"대접을 받으며 아프간의 외딴 사막지역이자 20만명의 파쉬툰 종족이 살고 있는 칸다하르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칸다하르는 아프간의 주요 지원국인 파키스탄과 연결되는 중요한 지역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와의 주요 교역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빈 라덴은 오마르와 함께 각각 칸다하르에 2층짜리 별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삼엄한 경비속에 여행과 저녁산책에 동행하거나 일본제 도요타 픽업트럭을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간으로 숨어들어온 자신과 알 카에다 조직을 비호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면서 픽업트럭과 헬기를 이용해 기지를 옮겨왔다. 반면 탈레반측은 빈 라덴의 모든 행동이 통제될 뿐 아니라 전화 통화를 할 수없으며 인터넷과 위성통신 시설도 없어 테러 감행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 국제전략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빈 라덴이 아랍권 국가를 포함해 옛소련으로부터 침공당한 아프간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신변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빈 라덴이 오마르의 고향이자 외딴 산악 지방인 우르즈간에 진지를 구축하고 안전가옥을 만들어 숨어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