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미국에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범인들에 대해 사전 경고 없이 군사적 응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미국이 군사 행동에 들어갈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펜타곤(국방부 청사)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함께 테러를 당한 후 하루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스호의 중동 지역 재배치설에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공무원들의 비밀 정보 누출을 강력히 경고했다. 엔터프라이스는 걸프 해역에서 이라크의 비행금지구역 감시 활동을 수행하다 항공모함 칼 빈슨과 임무를 교대하고 귀환 길에 올랐으나 테러 사건이 터짐에 따라 인도양에서 대기하며 중동 재배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럼즈펠드 장관은 비밀 취급자들이 정보를 누설하면 "수많은 미국인을 살해한 범인들을 추적해 단죄할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밖에 없다"며 "작전 비밀이 새어 나가면이를 수행할 군인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스와 칼 빈슨은 각각 전투기 60여대와 순양함 및 잠수함 10여척을 거느리고 있으며 미국은 통상 걸프 해역에 하나의 항공모함 선단만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테러 혐의자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출신의 백만장자 테러리스트로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빈 라덴을 가장 의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그러나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발 사건에 빈 라덴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후 미국의 미사일 세례를 받아야 했던 1998년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빈 라덴은 그러한 대규모의 조직적 음모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서둘러 발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