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시다발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범행증거가 제시되면 빈 라덴의 추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12일 밝혔다. 탈레반은 그러나 빈 라덴의 개입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면서 현상태에서 빈 라덴의 신병인도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인 압둘 살람 자이프는 빈 라덴 추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증거를 검토한 뒤 검토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그의 추방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려면 미국의 증거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미국정부의 공식발표는 물론 관련증거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빈 라덴 추방은 관련증거가 제시된 후에나 검토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혀 사실상 신병인도 불가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은 11일 테러 발생 이전에도 빈 라덴 신병인도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빈 라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신병인도 요구를 거부해왔다. 자에프 대사는 빈 라덴이 탈레반의 통제로 전화나 인터넷, 위성전화와 같은 통신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면서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이번과 같이 잘 조직된 테러를 자행할 수 없다고 강조, 빈 라덴의 개입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파키스탄 일간지인 아우수프지도 빈 라덴의 특별대리인이 발표했다는 성명을 인용해 이번 테러를 억압받고 있는 민중이 미국에 가한 정당한 공격이라고 규정했지만빈 라덴이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에프 대사는 이어 미국이 빈 라덴에 대한 보복공격을 단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보복공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미국의 섣부른 보복공격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는 유엔 요원이 철수를 시작하는 등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은 탈레반 당국의 협조 아래 현지 구호요원을 철수시키고 있어 13일까지는 철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유럽연합(EU) 인도적 구호담당 집행위원도아프간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미 중앙군사령관 역시 탈레반 후원국인 파키스탄 방문을 취소했다. 미국은 지난 98년 동아프리카 주재 미국 대사관 연쇄 폭탄테러사건 직후 아프간호스트주에 있는 빈 라덴의 기지에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이슬라마바드 AFP.AP=연합뉴스) kp@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