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일 건국 이래 최대의 테러 직후 폐쇄했던 연방 청사들의 문을 12일 다시 여는 등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은 정쟁을 중단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국민들은 선진 시민 의식을 과시하며 사건 초기의 경악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검은 연기가 치솟는 뉴욕과 워싱턴, 엄청난 연기를 뿜으며 폭삭 주저 앉은 초대형 건물, 피흘리는 희생자, 거리에 나뒹구는 휴지 조각, 정신없이 대피하는 군중 등할리우드 액션 대작에서나 봄직한 장면들을 TV로 지켜보며 국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응징'과 `보복'을 외치기도 했으나 곧 정상을 되찾고 피해 복구에 나섰다. 11일 저녁 백악관으로 귀환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다소 긴장되고 초췌한 모습으로 행한 대(對) 국민 연설에서 "연방정부는 12일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것"이라며 이번 테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기(國基)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한 미국 시민은 부시 대통령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워싱턴 복귀를 늦추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테러 응징 의지를 밝힌 이날 밤의 연설을 듣고 "처음으로 그가 대통령다워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테러의 목표물로 건물 일부가 붕괴되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펜타곤(국방부 청사)도 아직 테러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12일 업무를 재개하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경제 붕괴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상대방헐뜯기에 정신이 없었으나 사고 직후 일단 안전 지대로 대피했다가 상황이 가라앉자의사당 계단 앞에 모여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고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합창하는 등 한 목소리를 냈다. 외환이 닥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파를 가리지 않고 단결하는 좋은 전통을 이번에도 지킨 셈으로 의회 역시 12일 회의를 정상적으로 속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관공서는 그러나 일단 문은 열되 필수 요원만 출근을 의무화하고 나머지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출근 여부를 결정하도록 허용했으며 학교들은 대부분 휴교하기로 했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월스트리트가 하루 더 쉬기로 했으나 상징적인 조치일뿐 경제 체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행정 기능도 원상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화 폭락 등 사태의 후유증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있으나 대부분의 분석가는 긴급 재정 지출 확대와 국방 예산 증액 등으로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경기진작책 선택에 재량의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DC와 인근 메릴랜드 및 버지니아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나 시민들은 테러 직후의 경악에서 침착을 회복하며 차량 통제와 상가 조기 철시 등 당국의 지시를충실히 따르며 선진 시민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적십자사 등에는 테러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고 TV와라디오 방송국에는 헌혈 또는 헌금 접수와 복구 작업 자원 봉사 신청 장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주민들에 대한 안부 전화가 폭주해 통신두절 상태가 잇따르자 워싱턴의 전화회사들은 주민들의 전화 사용 자제를 당부했으며 뉴스 웹사이트들은 테러 사태의 진전 상황을 알려는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바람에 자주 끊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