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일 일어난 동시 다발 테러에 동원된 납치비행기 4대 가운데 2대의 승객들이 폭파 직전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상에 있는 가족 등과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납치, 폭파된 유나이티드 항공(UA)과 아메리칸항공(AA)의 여객기 4대 가운데 2대는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1대는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각각 충돌했으며 나머지 1대인 UA93기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 인근에 추락했다. 이 중에서 국방부건물에 충돌한 AA항공 보잉757기 승객 바버라 올슨은 폭파 직전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까스로 남편과 통화했으며, 추락한 UA93기 승객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911응급전화센터에 추락 수 분 전에 전화했다. 이들의 통화 내용은 사고 직전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한편 납치범들의 신원파악 등에도 도움이 될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바버라는 시어도어 올슨 미 법무차관의 부인이자 CNN 방송의 보수적 논평가로당시 AA의 보잉757기에 58명의 승객과 함께 타고 있었다. 바버라는 당시 조종사 2명과 승무원 4명, 승객들이 모두 비행기 뒷쪽에 몰려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를 이용해두 차례에 걸쳐 남편과 은밀하고 짧게 나눈 통화에서 여객기 납치법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일부 제공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녀는 이 통화에서 납치범이 1명 이상이라고 말했는데 납치범들이 지니고 있다고 그녀가 묘사한 유일한 무기는 여러 자루의 칼들과 골판지 절단 칼들 뿐이었다. 당시 겁에 질린 그녀는 "조종사에게 어떻게하라고 얘기해야 하나요?"라며 남편에게 애원했다. 시어도어 올슨은 이같은 통화내용을 법무부 비행기 납치 통제센터에 통보했으나 부인과 다른 승객들을 구하기에는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비행기는 그가 부인과 통화한 직후인 이날 오전 9시45분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으며, 승객들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주 웨스모어랜드군(郡) 인근의 911 응급전화센터 감독자인 글렌 크래머씨는 이날 오전 9시58분 한 요원이 UA93 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 이 여객기 승객이라고 자칭하는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크래머씨는 당시 그남자는 화장실 문을 걸어잠그고 휴대전화를 걸고 있다면서 "우리 비행기가 납치당하고 있다. 납치당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승객과의 통화내용을 기록한 속기록을 보며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 그는 폭발음 같은 소리를 들었으며 기체에서 흰색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 이후 그와 우리의 접촉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UA93기는 이날 오전 8시 1분 승객 38명과 조종사 2명, 승무원 5명을 태운 채 뉴저지주 뉴어크공항을 출발, 샌프랜시스코로 향하던중 갑자기 기수를 돌렸으며 피츠버그시 남동쪽 130km에 있는 서머셋군(郡)공항 북쪽 평지에 추락했다. 추락과 동시에 폭발한 이 여객기의 생존자는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수사관 웰스 모리슨은 그 비행기가 납치당한 것인지를 확인해주려 하지 않았으나 FBI가 911 전화의 녹음 테이프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비록 그렇게 보이기는 해도 아직 이 사건이 테러행위인지를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버지니아주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제임스 모런은 이날 워싱턴에서 해군사령부의 브리핑이 끝난 뒤 이 여객기가 당초 의도했던 공격목표는 메릴랜드주 산악지대에 있는 대통령 전용 휴양소인 캠프 데이비드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UA93기추락지점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135km 떨어져 있다. (워싱턴 dpa.A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