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8월 실업률이 4.9%로 치솟았다는 발표와 함께 어둡게 전망됐던 미국 경제가 예상치 못했던 뉴욕,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또한번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와 투자, 증시의 위축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던 미국경제는 테러사건으로 각 부문의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면서 경제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항공기 충돌사건이 있기 전 월 스트리트 저널은 자체조사결과를 인용, 전문가들이 미국의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전망치를 종전의 1.3%에서 0.7%에서 하향조정했다고 전했다. 또 4.4분기 전망치는 2.8%에서 2.2%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내년의 경우 당초 2.8%로 전망했으나 이 역시 2.4%로 수정됐다. 미국 정부는 내년에는 3% 정도의 성장을 기대하는 등 민간에 비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월 스트리트 저널이 행한 이번 조사의 시점이 지난주 금요일 8월 실업률발표 이전이라는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나 UBS 워버그 등 증권사는 실업률 발표 이후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했었다. 이 와중에 세계무역센터 및 국방부에 대한 테러공격은 미국민들의 소비자신뢰를 떨어뜨리면서 소비심리를 꺾을 것으로 예상된다. HVP 그룹의 분석가 로저 쿠바리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침체가 올 확률은 테러공격 전날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 몇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됐어도 침체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왔는데 로저 쿠바리치는 11일 침체확률이 50대 50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 2.4분기에는 불과 0.2% 성장하는데 그쳤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내 전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됐으며 월트 디즈니는 테마공원을 잠정적으로 폐쇄했는가 하면 미국 최대의 몰인 블루밍턴의 몰 어브 아메리카도 문을 닫았다. 뉴욕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냉각되고 있던 차에 이번 사건으로 급한 속도로 불황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무역센터에 상주하던 4만~5만 인구가 당장 오갈데가 없게 됐으며 그 주변에서 상주인구를 상대로 장사를 하던 사업체들은 엄청난 불경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몰 어브 아메리카도 1만2천명을 고용하고 있고연간 4천200만명의 고객을 맞고 있는데 앞으로 당분간 한산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2는 소비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국민소비를 위축시키는 일들은 곧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2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들어 여덟번째로 다시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추가 감세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 경제를 둔화의 늪에서 시의적절하게 구해낼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 경기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한국은 물론 유럽이나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는데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