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루시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47)대통령이 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발표한 예비 최종 개표 집계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75.60%를 득표했으며 블라디미르 곤차릭(61) 후보가 15.39%, 세르게이 가이두케비치(46) 후보는 2.5%를 얻었다. 앞서 선관위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을 75.2%로 잠정 집계했다. 벨로루시 대통령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당선자로 확정된다. 선관위 발표 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즉각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으나 곤차릭 후보는 대규모 선거부정이 저질러졌다며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벨로루시 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인 곤차릭 후보는 "투표용지 바꿔치기에 의한 명백한 선거결과 조작"이라며 "검찰과 선관위, 국제기구 등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반대파 3천여 명이 민스크 중심가에서 빗 속에 시위를 벌인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승리를 자찬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의 지원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선거 당일 민스크 주재 미국대사관 밖 벤치에서 폭발이 발생했으나 이 사건이 선거와 관련이 있는 지 여부는 불확실하며 선거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과정 등에서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선거함이 미리 채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선거부정 의혹이 증폭돼왔다. 또 선거를 앞두고 민간 언론사와 야당 사무실 등이 경찰의 수색을 받았으며 한 전직경찰관은 루카셴코 정부가 비판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대를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러시아와의 연방제통합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벨로루시를 서방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임금인상과 러시아와의 통합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통합계획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방세계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임기 중 작위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수정해 대통령 임기를 연장한 점 등을 들어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간주하고 있다. 루카셴코를 이날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우리는 서양과 충돌한 결과를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문명화된 방법으로 이를 인정하고 관계 재구축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민스크 AP.AFP.dpa=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