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리반 정부의 야만적인 성차별로 인해 여성들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노동과 교육, 외출이 철저히 차단되는 등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에 의해 각종 성차별을 받고 있는 실상을 특파원 보도를 통해 전했다. 여성의 행동반경은 감옥으로 표현되는 집안으로 한정된다. 집 밖을 나올 때는친척 남성의 안내를 받아야하고 그 때도 머리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옷(부르카)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평상복 차림으로 길거리에 나올 경우 십중팔구 권선징악단(PVPV) 단원들에게 뭇매를 맞거나 고문당한다. 흰색 양말 착용은 불허된다. 탈리반 깃발과 같은 색깔이기 때문이다. 포장도로를 걸을 때는 일절 신발 소리를 낼 수도 없다. 식당 이용이 금지되고 집밖에서 얼굴을 노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거리에서 여성들을 찾기란 극히 힘든실정이다. 소녀들은 가축이나 물건처럼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그나마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몸값이 곤두박질쳤다. 1인당 몸값이 종전의 1천800달러에서 100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인신매매 시장에 팔려 나오는 소녀들의 연령도 크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부모밑에서 15-16세까지 성장하다가 팔려나갔으나 요즘에는 9세 소녀도 거래된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부모가 한 명의 밥그릇이라도 줄이려는 계산 때문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경제 지원을 하려해도 여성 고용을 금지한 정부 정책 때문에 4만여명에 달하는 전쟁 미망인들이 구걸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의 일자리는 예외적으로 의료분야에 한정된다. 여성 환자와 남성 의사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여성이 간호사나 의사로 취업하더라도 차별을 받기는마찬가지다. 남성들이 타는 차량의 동승이 불허되고 병원 건물을 출입할 때도 여성 전용 문을 이용해야 한다. 15세기 가와르 샤드 여왕이 티그리스강에서 중국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통치할 때만 해도 남성 못지 않은 권익을 누렸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600년이 지난지금 오히려 노예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여성들이 비참한 지경에 몰린 것은 지난 94년 이후다. 소련 침공군을 몰아낸 뒤온건파와 내전을 거쳐 영토 대부분을 장악한 탈리반군이 이 때부터 철저한 반여성정책을 펼친 것이다. 80년대 수도 카불에서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나피사 카디자(40.여)는 "과거에 카불은 좋았다. 우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 사람들은 먹고 즐길만큼 돈이 있었다"며 탈리반 집권 후 인권이 급격히 악화됐음을 증언했다. 탈리반 정권이 들어선 뒤 카불대학 여학생 8천여명이 쫓겨났다. 초.중.고교 여학생 10만여명의 학업도 중단됐다. 모든 여성 노동이 불법화됐다.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은 자전거 체인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순식간에 생지옥을 만난 것이다. 여성 근로 금지는 교육 분야의 대혼란을 초래했다. 수천여명의 여성 교사들의공백을 단시간에 메우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일부 여교사들은 가정에서 소녀들을불러 공부를 가르쳤으나 살얼음판을 걷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발각될 경우 고초가 간단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 보건과 교육이 극도로 열악해지면서 유아 사망이 심각해지고 있다. 신생아1천명당 250명이 숨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웃 파키스탄의 3배나 된다. 국제 비정부단체(NGO)들은 탈리반 정부가 여성 차별을 개선하지 않는한 의료지원은 무의미하다며 유엔 차원에서 제공되는 기존의 건강시스템을 철회하라는 압력을강화하고 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북부 일부 지역을 근거지로 탈리반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아흐메드 샤 마수드(49) 전(前) 국방장관이 권력을 장악하지 않는 한 여성 인권 신장은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전무한 실정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