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실업급증 재정수지악화 등 경제 문제로 취임 7개월 만에 고비를 맞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8월 실업률이 4년 만에 가장 높은 4.9%로 뛰어올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인 7일 오후 상·하원 공화당 수뇌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불안한 재정수지=이 자리에서 미첼 대니얼 백악관 예산국장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보장기금에서 90억~1백50억달러를 전용해야만 2001년 예산지출을 맞출 수 있다고 보고,논란을 불러일으켰다. 65세 이상의 노인 복지를 위한 이 기금은 2001회계연도(2000.10~2001.9)에 1천5백7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덜 걷혀 재정수지가 나빠지더라도 전쟁이나 분명한 경기 침체가 아니면 이 기금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백악관 스스로 뒤집어야 할 만큼 일반 재정수지가 나빠지고 있어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톰 대슐 의원은 "기금 전용은 회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면적인 예산감축=급기야 2002회계연도(2001.10~2002.9)에 전면적인 예산 감축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내년에도 경제가 악화돼 사회보장기금을 전용해야만 재정지출 소요를 맞출 수 있다면 전면적인 예산 삭감 쪽으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고 말했다. 추가 경기부양대책=하원에 소속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추가 경기 부양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에 물리는 자본이득세를 20%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좀더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교역증대를 위해 부시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일명 패스트 트랙)을 조속히 부여하고 인터넷 상거래에 대한 세금면제를 연장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백악관의 진퇴양난=사회보장기금을 전용할 경우 예상되는 국민들의 신뢰 하락이 백악관에 가장 큰 짐이다. 그렇다고 이 기금에 손대지 않기 위해 예산을 감축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자본이득세 인하 문제도 민주당이 '부자들만을 위한 축복'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데다 무역촉진권한도 쉽사리 승인하지 않을 태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deango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