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호사에서 IBM 중국본부사장,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본부장, 그리고 종합IT업체 사장으로... 우스훙(吳士宏) TCL정보산업그룹 사장이 걸어온 길이다. 중학교 졸업 학력으로 이룬 한 여장부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역정이다. 그는 '중국 IT업계 여걸'로 통한다. IBM과 MS를 이끌면서 선진 기술과 관리 기법을 터득한 그는 매사에 거침이 없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중국의 IT 흐름을 바꿔 놓을 만큼 힘이 실려있다. 그는 중국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우상이기도 하다. 지난 85년 여름 어느 날. 간호사 우스훙은 신문조각에서 IBM 구인 광고를 본다. 2년째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해온 그는 영어 하나만 믿고 원서를 내밀었다. "면접관이 '타자는 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잘 친다. 굉장히 빠르다'고 거짓말로 답했다. 면접관은 1주일 후 다시 보자고 했다. 그 날 저녁 친구에게 1백70위안(1위안=약 1백60원)을 주고 타자기를 빌렸다. 밤 낮 타자 연습을 했다. 1주일 후 내 타자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우 사장의 자전 수필 '逆風飛(역풍을 뚫고 날아라)'의 한 부분이다. 단순 비서업무를 맡던 그에게 기회가 온다. 홍콩 연수생 선발을 위한 컴퓨터 시험 공고가 붙은 것. 그의 특기인 밤샘 공부가 또 시작됐고, 홍콩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홍콩연수 다음부터는 초고속 승진이었다. 5년동안 그는 중국내 최고 실적을 보여줬다. 뛰어난 조직력과 친화력이 영업 비결이었다. IBM은 그를 화난(華南)본부장으로 임명했고, 그는 '난톈왕(南天王)'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97년 IBM은 그를 베이징(北京)으로 다시 불러 중국본부 사장에 앉힌다. MS가 그를 스카우트한 것은 98년 2월. MS는 중국본부장 자리였다. 그가 MS로 옮긴지 6개월만에 MS는 전년도의 영업실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이를 보고받은 빌 게이츠가 중국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작년 6월 MS에 사표를 던졌다. 미국 본부의 중국사업 정책이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MS는 복제품 단속, 가격정책, 인력양성 등에서 너무나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했다"며 "중국화되기를 거부하는 업체에서 일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우 사장은 가전분야에서 정보기술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TCL을 선택했다. 이 회사를 IBM과 같은 종합 정보기술업체로 성장시키겠다는게 그의 꿈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중국의 딸'이라고 말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