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노동당 당수 선거 비공식 개표결과아브라함 부르그 후보(46.국회의장)가 비냐민 벤 엘리저 후보(65.국방장관)를 근소하게 누른 것으로 5일 집계됐으나 엘리저 후보 진영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재개표를 요구, 양 진영이 법정분쟁 채비에 들어갔다. 부르그 후보진영은 전날 11만7천여명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당수 선거의비공식 개표결과 엘리저 후보에게 1천20표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즉각 승리를선언하고 선거결과의 승복을 촉구했다. 엘리저 후보측은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선거부정이 저질러졌다며 재개표를 요구하는 한편 변호사들을 고용, 법정분쟁에 들어갈 태세를 갖췄다. 엘리저 후보는 성명을 통해 "당 지도자가 부정에 근거해 선출된다면 수 세대 동안 노동당의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며 "노동당은 부정 속에서 지도자를 탄생시킬 수없다"고 강조했다. 부르그측 변호사는 그러나 엘리저 후보 진영이 법에 호소해 민주적 다수로부터얻은 승리를 도둑질하려 할 경우 당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개표결과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양측간의 대립으로 최종 당선자를 발표하지 못했다. 지난 2월 총리 선거 참패 이후 침체에 빠진 노동당이 새 당수 선출을 둘러싸고법정분쟁에 휩싸일 경우 2003년 총선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한층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1만7천여명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4일 실시된 이번 선거 결과는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돼왔다. 이 선거에서 강경파인 엘리저 후보가 승리할 경우 샤론 연립 정부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온건파인 부르그 후보가 이기면 결국 노동당의 연정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부르그 후보는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요시 베일린 전 법무장관 등의 지지를받고 있는 온건파로서 노동당이 샤론 총리가 이끄는 우익 리쿠드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하고 평화협상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르그 후보는 자신이 당수로 당선되면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노동당의 재건에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엘리저 후보는 이에 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지지해왔으며 당수가 되더라도 국방장관직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저 후보는 최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이스라엘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 강경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새 당수 당선자는 오는 2003년 총선에서 노동당 총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이번 선거의 득표율이 낮아 새 당수의 정통성과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될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간 마리브지는 부르그, 엘리저 두 후보 모두 노동당의 지도자로는 적합하지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부 선거"라고지적했다. 리쿠드당과 함께 이스라엘내 양대 정당 중 하나인 노동당은 지난 97년 선거에서당수로 선출된 에후드 바라크 전총리가 지난 2월 총리 선거에서 패배, 사퇴한뒤 새당수를 뽑지 않은채 페레스장관의 비공식 관리체제로 운영돼왔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