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4일 미국식의 세계화 방식은 결코 유럽과 기타 지역이 추구하는 경제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집권 사민당의 경제정책 세미나 연설에서 "유럽만이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분야간 균형을 지향하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이나 남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시민윤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식의 사회복지국가 체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슈뢰더 총리는 미국식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내면서 유럽사회는 엄청난 빈부 격차와 사회적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은 사회적 연대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분명한 이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총리는 경제계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단호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는 노동자들의 실제 상황을 무시한 것이며 독일 정부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독일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제계는 노동정책과 재정정책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독일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앞서 슈뢰더 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해야한다는 요구에 대해 "후손들에게 짐을 지우는 재정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긴축 재정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내년에 총선이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긴축 재정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높은 3.1%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의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생산, 수출, 물가, 고용 등 경제 전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까지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침체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기전망 악화에 따라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섬으로써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 4개중 1개가 감원을 고려하고 있으며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