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최근 몇주간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좋은 소식을 듣기 힘들었다.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주는 예외였다. 아르헨티나 경제팀이 워싱턴에서의 힘겨운 협상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IMF는 지난 21일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80억달러의 추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 지원되는 IMF의 총 구제금융은 1백40억달러에서 2백20억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지원은 다소간 투자자들이 기대해 왔던 바였다. 하지만 추가자금이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고통을 경감시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고통을 연장시킬지도 모른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자금의 상당부분이 즉시 사용될 필요가 있다. 아르헨티나 은행예금과 외화보유액은 급격히 추락해 왔다.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형태의 고정환율제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IMF의 접근방식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지켜보자'는 쪽인 것 같다. 아르헨티나가 혹독한 재정정책을 고수한다면 추가자금은 내년 한햇동안 지출될 전망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특별급여 폐지를 포함한 추가 재정삭감 조치도 있을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이같은 조치들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달 제로 적자 재정정책에 대한 의회의 승인과 함께 유사한 재정삭감을 추진한다는 지방정부의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공공부문 임금과 13%에 달하는 연금의 삭감은 매우 인기없는 정책이다. 특히 오는 10월에 있을 의회선거에서 정부측이 고전한다면 이러한 정책들을 지켜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IMF도 골칫거리를 누적시키고 있는 것 같다. 아르헨티나는 2002∼2003년에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IMF에 상환해야 한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부채상환이 어려워지게 돼 새 추가지원이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재정삭감이 경제침체로 이어져 조세수입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정부 스스로를 파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장관들은 채무불이행이나 평가절하같은 대안들은 그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마도 그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아르헨티나 국민 5명 중 4명은 정부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들 사이에선 좌절감이 팽배해 있다. 이번 주에는 시위대가 전국 33개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았으며 지난주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만5천여명의 시위대가 재정삭감 중지를 요구하며 디폴트를 옹호하는 시위자에게 갈채를 보냈다. 시위대들은 아주 소수다. 하지만 정부를 지지하는 숫자도 그렇다.대통령 지지세력은 자신의 급진당에서조차 줄어들고 있다. 최대야당인 페로니스트당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의 명목상 지도자는 1999년까지 아르헨티나를 통치했던 카를로스 메넴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혼란상황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지금은 무기밀수혐의로 가택연금된 상태다. 그가 없는 페로니스트당은 뚜렷한 지도자 부재의 문제에 처해 있다. 일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다른 정치적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결과 가장 인기있는 정치가는 급진적인 반체제파인 엘리사 카리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넉달전 그녀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했다. 이 정당은 하원에서 세번째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매우 성난 상태에 있을지라도 대부분 기존의 통화위원회제도를 유지하고 디폴트를 피하기를 원한다. 여론조사원인 휴고 하이메는 "누구도 10년간의 안정뒤에 찾아오는 혼란상황을 바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IMF 구제금융은 선거까지 현 정부를 그럭저럭 살아남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 누구도 선거이후 아르헨티나 정국이 어떤 지도를 그릴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 선거에서 강한 정치적 기반을 형성할 것 같지는 않다. 델라루아 행정부와 아르헨티나의 고뇌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Dreading the cure'라는 제목의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