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오는 29일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개막, 11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베니스영화제는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칸영화제가 필름 마켓을 병행해 상업적인 면에 무게를 두고, 베를린영화제가 영화의 정치사회적 색채를 강조해 왔다면, 베니스영화제는 제3세계 영화에 호의를 베풀어 왔다. 50년대 초 일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라쇼몽」에 그랑프리를 선사해 서양인들에게 `충격'을 준 곳도 바로 이 영화제였다. 그러나 그동안 양대 영화제의 틈바구니에서 점차 빛을 잃어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99년부터 위기감을 느끼고 변화를 꾀해온 베니스영화제가 올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신인들을 위한 경쟁의 무대를 또 하나 마련한 것. 이에 따라 올해 경쟁 부문은 중견 감독 위주의 `베네치아 58'과 신인 감독들이 겨루는 `현재의 영화' 등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같은 시도는 패기있고 현대적인 주제 의식을 지닌 감독들의 영화를 전진배치해 세계 예술 영화의 젊은 흐름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를 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체 상영작은 총 140편(장편 76편, 중ㆍ단편 52편, 다큐멘터리12편)이다. 모두 20편이 초청된 `베네치아 58' 경쟁 부문에서는「떼시스」「오픈 유어 아이즈」를 연출한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타인들」이 눈에 띈다. 이혼하기 전 톰 크루즈가 제작에,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참여했던 공포 영화다. 「메이드 인 홍콩」「리틀청」의 프루트 챈 감독은「할리우드 홍콩」이란 영화를 들고 지난 해「두리안 두리안」에 이어 베니스영화제에 연속 진출했다. 뉴욕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키즈」로 알려진 미국 래리 클락 감독의「골목대장」과 「레이닝 스톤」「랜드 앤 프리덤」등 주로 하층민과 노동 문제에 천착해온 영국 켄 로치 감독의「네비게이터」도 주목할 만 하다. 「중앙역」의 감독인 브라질 윌터 살레스의「태양의 뒤편에서」와「줄리엣 비노쉬의 랑데뷰」를 만든 프랑스 앙드레 테시네 감독의「멀리 떨어진」,「카마스트라」로 알려진 인도의 미라 네어 감독의「몬순웨딩」도 경쟁작 목록에 올랐다. 김기덕 감독의「수취인불명」도 이 부문에 올라 내로라하는 거장들과 어깨를 겨룬다. 송일곤 감독의「꽃섬」이 진출한 `현재의 영화' 부문은 젊고 실험적인 작품을 대상으로 한 만큼 낯선 이름들이 리스트를 메우고 있다. 질 스프레처의「하나의 사건에 대한 13가지 대화」, 올해 전주영화제 상영작인 「인력자원부」의 프랑스 로랑캉테 감독이 만든「시간표」등 20편이 불꽃튀는 경쟁을 펼친다. 비경쟁 부문에도 거장들의 이름이 많이 올라있다. 매번 신작을 들고온 우디 앨렌은「비취 스콜피온의 저주」, 프랑스의 거장 에릭 로메로는「영국여인과 공작」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80세를 맞는 에릭 로메르는 올해의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화제측은 그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비포 더 레인」으로 유명한 밀코 만체프스키 감독의「먼지」는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화제의 문을 연다. 「할로윈」「뱀 파이어」등 `호러 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의「존 카펜터의 화성의 귀신」, 미국 스티븐 스필버그의「A.I」도 초청돼 영화제를 한층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단편 경쟁 부문에는 권일순 감독의「숨바꼭질」, 홍두현 감독의「노을소리」등 한국 영화 2편과 중국 장 뤼 감독의「11세」등 모두 16편이 초청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