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케손시(市)의 매너호텔에서 18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간)께 대형 화재가 발생, 최소한 75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3시간반만에 진화됐으나 화재 당시 6층 건물인 이 호텔에 200여명이 투숙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냉방 시스템의 과열로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한뒤 건물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각 객실 창문에 설치된 방범창으로 인해 투숙객들이 신속히 탈출하지 못한데다 화재경보시스템과 비상구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구조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필리핀의 ABS-CBN TV도 희생자 대부분이 3-5층의 복도에서 발견됐다면서 호텔측이 장기 투숙객의 탈출을 우려해 창문을 쇠창살로 봉해 놓은 바람에 대다수 희생자들이 질식사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해 있던 한 기독교 단체(God's Flock Ministry) 소속 회원들이며 이 단체 회원 169명이 화재 당시 호텔에 투숙해 있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화재 당시 호텔에는 미국인 등 소수의 외국인도 투숙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호텔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사망자와 부상자의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닐라 북부 소방서의 자신토 데티아트코 소방관은 "호텔이 화재 당시 투숙객의 숫자와 사용 중인 객실 숫자 등 기본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는 등 아주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은 또 화재가 발생한 매너호텔은 두달전에 시설미비로 관계당국에 의해 시정조치를 받았으나 호텔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화재 발생 직후 호세 리나 내무장관 등을 현지로 급파, 지방정부와 함께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리나 장관은 "아로요 대통령은 희생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표명했다"며 "지방정부와 협조해 모든 의문점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손市 AP.AF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