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며, 러시아측에 ABM 협정을 탈퇴해 소수의 로켓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미.러 양측 전문가들과 러시아 외무부, 국가두마(하원), 그리고 관련 연구소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타르 타스 통신사에서 열린 전략적 안정과 관련한 회의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문제가 되는 것은 수천기의 로켓에 대한 방어 시스템이 아니라 십여개 로켓에 대한 방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일련의 국가들이 핵 잠재력을 보유하는 등 "많은 것이 변했다"면서, "이 때문에 새로운 방어 시스템 구축은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하며 ABM 협정은 미-러가 취약점을 계속 안고 있도록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은 미사일 방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이해를 같이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통령, 장관, 전문가 그룹간에 활발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BM 협정은 6개월전에 상대국에 공지한뒤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상기시킨 뒤, "만일 미사일 방어체제가 성공하면, 러시아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ABM 협정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방어 체제 실험에서 실패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앞으로 얼마나 실패할지는 모르지만 이들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구축될 방어시스템은 공격무기분야에서의 기존 균형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격용 무기와 방어용 무기를 병행해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축될 방어시스템은 수천기가 아니라 십여개를 넘지않는 수의 로켓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특히 공격용 핵무기 감축 대상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수백기의 핵탄두에 그칠 것이라면서, 자신이 대통령과 의회의 요청에 따라 "1∼2달내에 미국의 핵무기 상황을 점검하고 중장기적 핵무기 전략을 마련해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할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 문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일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가능한 최대한 최소한의 핵무기를 보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물론 계속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미국의 핵무기 계획은 2003년 예산에 반영돼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년 1월 의회에 상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 통합돼 번성한 국가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과의 이날 회동을 통해 "양측이 서로를 상당히 이해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이는 지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러 관계는 미사일방어 문제보다 훨씬 깊고 넓은 것"이라면서, "두 나라는 더이상 적이 아니며, 매우 많은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 협력관계는 새로운 수준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이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두 나라 국민들의 번영과 행복은 양국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상당부분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낮 회담을 마친뒤 약 1시간동안 모스크바강을 함께 유람하면서 비공개회담을 가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특파원 ciw@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