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의 대규모 감축은 전략적 안정이 유지되는 가운데서만 이뤄질 수 있으며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감축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10일 지적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날 군사전문지인 `적성'(赤星)지(紙)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미-러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면서, "우리는 ABM 협정이 무기 통제와 관련된 모든 협정 체제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바로 이 체제가 현재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방어용 무기)을 위해 ABM 협정의 개정을, 러시아는 ABM 협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핵무기(공격용 무기)의 추가 감축을 각각 제안해 왔으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정상회담을 통해 "공격 무기와 방어 무기 문제를 병행해 논의"하기로 합의했었다. 따라서 이바노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ABM 협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핵무기를대폭 감축하자는 러시아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바노프 장관은 특히, "우리는 전략무기 문제와 미사일 방어 문제를 검토함에있어서 러시아와 미국, 나아가 전 국제사회가 동등한 안보권을 누려야한다는 원칙에입각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안정화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협정들은 이 협정들이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해를 미치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7∼8일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국방부 전문가 협상에서는 "21세기 전략적 안보와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들이 각론적으로 논의됐다"면서, "전략 공격 무기의 대규모 감축 문제가 미사일방어 문제와 연계돼 중점 논의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ABM 협정의 운명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가 이르다"면서,"이와 함께 미국측은 아직 자체 미사일방어 체제 계획의 본질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와 미사일방어 문제 등 전략적 안정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7∼8일의 워싱턴 국방부 전문가 협의에 이어 오는 13∼14일 모스크바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갖게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위해 오는 12일 모스크바를 찾는다. 이밖에 존 볼턴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미 국무차관이 오는 21일 모스크바를 방문, 게오르기 마메도프 군축 담당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특파원 ciw@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