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50년간 케네디,도쿄,우루과이라운드 등 연이은 다자간 통상협상 라운드는 국제무역의 지평을 바꿔 놓았다. 관세와 무역장벽을 축소시켰으며 1994년에는 무역협상,분쟁 해결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99년 12월 시애틀에서 열린 뉴라운드가 극심한 반대시위와 함께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면서 WTO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특히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뉴라운드마저 실패할 경우 WTO의 존속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뉴라운드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WTO회원국들은 새로운 통상라운드가 어떤 형태가 돼야 할지 아직 합의에 이르지도 못하고 있다. 이전 라운드의 경우 국제 통상회담을 위한 의제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의해 설정되었고 나머지 국가들이 거기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선 미국과 유럽이 근본적인 시각차이를 드러내고 있으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부시 행정부는 통상협상을 위해 의회로부터 '신속처리권(Fast Track Authority)'이라고 불리는 무역촉진권한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합의는 더 어려워지게 됐다. 더구나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완전한 합의에 이르더라도 여전히 충분치 않다. 많은 가난한 국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로 별로 변한 것이 없으며 더 이상의 자유무역이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게 될지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WTO 회원국회의에서 "11월 카타르 도하의 각료회담이 의제 상정도 못한 99년 시애틀 회담의 전철을 밟을 경우 무역 협상장으로서 WTO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매듭 짓지 못해 당연 의제로 포함될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견해차이는 특히 심하다. 농산물 주요 수출국인 호주 아르헨티나 등 이른바 '케언스그룹'은 미국과 EU 각국들이 연간 3천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농업보조금 지급을 축소하고 농산물 무역장벽을 완화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농업문제를 교역의 관점에서만 보려 한다면 협상은 없다"고 단언하는 등 미국 EU 일본 등의 입장도 완강하다. 일본 EU는 비능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소규모 농가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농업협상을 받아들일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반덤핑 관련 규제 완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 등은 자국산업의 보호를 위해 반덤핑법 규제의 개정에 응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등은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반덤핑법 남용을 방지하는 WTO 규칙이 강화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반덤핑법 개정은 정치적으로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이 법의 혜택을 받는 철강업계 등의 로비가 의회 안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최근 60명 이상의 상원의원이 반덤핑법에 손댈 수 없다는 의사를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서면으로 밝혀 왔다. 이밖에도 EU는 상품 교역에 환경 기준을 포함시키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개도국을 위시한 다른 나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다. 유럽국가들은 WTO규칙이 국제 환경조약과 합치되길 원하고 있으며 제품에 '에코 라벨'(환경상표)을 부착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특정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개도국들은 EU가 환경 이슈를 보호무역주의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려 한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EU가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춘다 하더라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하자를 지적,사실상 수입제한효과를 거둘 것이란 얘기다. WTO 자체 조직의 문제도 심각하다. 무어 총장은 WTO조직을 "의장도 없고 지루한 반복에 대한 규칙도 없는 정당 없는 의회"라고 묘사했다. 협상자체가 혼란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더 안 좋은 것은 WTO가 모두의 동의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통상 라운드가 시작되려면 1백24개 회원국 전부나 적어도 상당수의 국가들이 회담장에 나와야만 한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Playing games withprosperity'라는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