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절차는 스탈린 시대를 연상케한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지적했다. 르몽드는 5일자에서 김위원장이 9일간에 걸친 열차여행끝에 3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전하고 러시아 야당 정치인의 말을 인용, 엄중한 경호속에 방탄장치가 된 특수열차를 타고 비밀에 둘러싸인 채 도착한 모습이 마치 "스탈린에 관한 옛날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문은 김위원장의 숙소는 인권운동가들의 항의시위가 열리고있는 북한대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크렘린이라고 밝히고 그의 러시아 방문기간 뿐 아니라 구체적인 방문일정 어느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의 모스크바 도착 모습은 TV에 방송되지 않았음은 물론 서방 언론들은 북한 당국의 긴급 요청으로 김위원장이 참석한 행사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고 취재허가를 받은 러시아 기자들도 안전요원들의 제재로 원거리 취재만 가능했다. 김위원장 일행이 내린 야로슬라브스키역(驛)은 이들의 도착 4시간 전부터 마비상태에 들어갔고 주요 환승역인 이 역의 이용승객 2만5천명은 열차 운행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불편을 겪어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한 시베리아를 횡단, 특별열차가 지나는 역마다 다른 열차들은 우회했으며 플랫폼에는 이용객들의 접근이 차단됐다. 옴스크와 바이칼호(湖)를 잠시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김위원장은 일본에서 제작된 특별열차에서 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48년전 고(故)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목숨을 구했다는 한 농부의 미망인이 인사를 청했으나 선물만 주어 돌려보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구세대 비밀 강박증"에 둘러싸인 이번 방문의 목적은 이론의 여지 없이 러시아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강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전략지정학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