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오는 8월 15일 패전기념일에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국내외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찾기'에 열중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지난 1985년 8월 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 이후 16년만의 일인데다 나라 안팎의 반대가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에서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묘안을 궁리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대체로 신사참배의 시기, 형식, 성격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시기 =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8월15일 패전기념일이라는 '택일(擇日)'에 있다. 지금까지 일본 총리자격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8월 15일에 신사참배를 강행한 인물은 보수 정치인의 대부역할을 하고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이다. 그는 지난 1985년 8월 15일 야스쿠니를 공식 참배했다. 그 이후로는 일본 유족회 회장이었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1996년 7월 자신의 생일 때 참배했으며, 앞서 1992년에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총리가 극비리에 참배를 한 것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 여당에서는 가급적 8월15일을 피해서 참배하는 것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 고이즈미 총리에게 다른 날을 택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형식 = 일본 국내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헌법 20조에 규정된 정교분리원칙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신도(神道)형식으로 신사에 예를 올리게 되면 이같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 대변인격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런 점에 착안, 신도형식을 피하면 된다고 나섰다. 즉 제단 앞에서 기립한 자세로 절과 손뼉을 치는 이른바 '2례(禮) 2박수(拍手)1례(禮)'의 신도의식을 하지 않으면 종교적인 색채는 말끔히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성격 = 고이즈미 총리가 설사 시기와 형식에서 '잔꾀'를 부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려 한다고 해도 공식이냐, 사적이냐는 참배의 형식문제는 여전히 남게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8.15를 피해서 공식적으로 참배할 경우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위패가 합사된 곳에 머리를 조아렸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공식 또는 개인참배로 가르는 기준은 ▲개인 또는 관용차 사용 여부 ▲방명록에 '총리대신'이라고 기재하는지 여부 ▲부의금을 개인돈으로 내느냐, 공금으로 내느냐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따라서 정부, 여당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차를 이용해 야스쿠니에 가서 방명록에는 '중의원 고이즈미'라고 적고, 부의금은 자신의 호주머니 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