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다나카 마키코 외상간 반목이 표면화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밀비 유용 및 횡령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위 외교관 4명을 전격 경질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경질 대상에는 야나이 순지 주미대사,사이토 구니히코 국제협력사업단 총재 등이 포함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초 외무성 인사에 대한 전권을 다나카 외상에게 일임했으나 이번에는 인사에 직접 개입,외교관들을 해임했다. 다나카 외상은 이에 대해 미·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야나이 주미대사는 유임시켜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신사참배를 둘러싸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30일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다나카 외상은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제20조를 들어 신사참배가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를 두고 "다나카 외상이 헌법문제를 제기한 것은 진퇴를 염두에 둔 중대한 결의"라고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다나카 외상은 현재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 하지만 다나카 외상이 지난 4월 취임후부터 외무관료들과의 마찰,강력한 미국 비판 등으로 잇따른 구설수에 오르자 고이즈미 총리가 최근 다나카 외상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