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9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지난달 말 도쿄도의원 선거에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인기가 재확인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고이즈미 총리 체제 출범 3개월 여만에 전국 단위규모로 처음 실시된 선거라는 점에서 자민당의 간판인 고이즈미 총리의 전국적인 지명도와 인기도를 실감케 했다. ▲자민당의 승인(勝因) =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선거구별로 최소 1인에서 최대4명을 선출하는 복합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총 27개에 달하는 이른바 `1인 선출구'에서 여야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가 선거 이전부터 승패의 열쇠로 지적돼 왔다. 자민당은 미에(三重)와 암수(岩手) 등 2개 선거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25개 지역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대승(大勝)을 엮어낼 수 있었다. 또 자민당은 4개 야당이 선거공조 차원에서 단일 후보를 낸 15개 지역에서도 미에 선거구 한 곳을 제외하고 14개 선거구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례대표의 문제점 =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정당과 후보자 개인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비(非)구속 명부제'가 도입됐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새로운 제도의 수혜자는 탤런트와 업계대표 등 이름이 널리알려진 후보들이 많은 득표를 올려 손쉽게 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자민당의 프로레슬러 출신인 오니타 아쓰시(大仁田厚) 후보, 민주당의 탤런트출신 오하시 교센(大橋巨泉) 후보 등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 온 마스조에 요시이치 도쿄(東京)대 교수와 다지마 요코(田鶴陽子) 호세이(法政)대 교수 등도 미디어의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이다. 비구속 명부제는 후보자 개인의 이름을 유권자가 일일이 적는 방식이어서 전국적으로 이들 후보자들이 적힌 투표지를 분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마지막 당선자가 30일 오전 6시 20분에야 결정됐다. ▲저조한 투표율 =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6.4%를 기록해 3년전인 1998년 참의원 선거 때 기록된 58.84%를 밑돌았다. 당초 언론에서는 이번 참의원 선거가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중인 `성역없는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된다는 점에서 투표율이 60%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실제로 선거전 투표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투표장에 가겠다'는 대답이 70% 가량됐다. 그러나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았던 이유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간 유권자들이 많았던데다 언론이 일찌감치 자민당의 낙승을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참의원 선거는 여야 정권교체가 직결되지 않는 선거라는 점에서 중의원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현상도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부재자 투표자 수는 3년전의 1.5배인 5만3천여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0...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지난 71, 77년 전국구에서 연속 1위의 득표를 기록했던 '호헌파의 얼굴'인 사민당의 덴 히데오(田英夫.78.5선) 의원이 30년만에 처음으로 쓴 잔을 마셨다. 건강 문제로 한때 은퇴를 표명했던 덴 의원은 "헌법 개악,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를 언명한 고이즈미 정권은 위험하다"며 인공 투석을 해가며 이번 선거에 임했다. 그는 특히 "학도병으로 전쟁에 동원돼 희생된 친구들의 결정이 바로 헌법 9조"라며 호헌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결국 패배했다. 0...자민당 압승으로 끝난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 후보의 당선이 두드러져 주목을 끌고 있다. 자민당내의 '개혁 저항 세력'으로 불려온 하시모토파는 선거구는 물론 비례 대표에서도 업계 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속속 당선되면서 23석을 확보. 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한때 회장을 맡았던 모리(森)파는 9석, 에토.가메이(江藤.龜井)파는 9석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하시모토파는 파벌 세력이 선거전의 101석(중.참의원)에서 103석으로늘어난 반면 모리파는 60석에서 55석으로 줄어들었다. 정계 관측통들은 파벌색을 죽이고 `고이즈미 선풍'에 몸을 실어 세력을 불린 하시모토파가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 단행 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0...자민, 공명당과 함께 연립 정권을 이루고 있는 보수당의 오기 지카게(扇千景) 당수는 이번 선거 비례대표에서 막판 턱걸이로 당선, 체면을 겨우 유지했다. 오기 당수는 개표 초반 자신의 당선이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낙선할 경우당수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으나 개인적인 인기에 힘입어 보수당에서는 홀로 당선에 성공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