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신병 치료차미국에 체류중인 압두라만 와히드 전(前)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내주중으로 귀국, 민주화투쟁을 벌일 계획임을 천명했다고 안타라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와히드는 런던을 거쳐 지난 27일 오후(미국 시간) 워싱턴 교외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싸울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민주화 투쟁을 전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알위시합 외무장관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향후 민주화 투쟁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그는 또 "건강검진을 위해 미국에 5일간 체류할 것이다. 방문일정을 연장하거나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해 내주중으로 귀국, 본격적인 민주화 투쟁에 돌입할 계획임을 피력했다. 현재 위상과 관련해 "비록 탄핵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헌법상 대통령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해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의권력 장악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일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민주화 투쟁에서 생긴 논리적 결과인 만큼 수용한다. 민주화는 시간이 걸린다. 민주주의 수호는 쉽지 않다"며 자신이 독재 잔재 청산 과정에서 희생됐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3일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에서 탄핵된 뒤 대통령궁 퇴거를 거부하다가 신병 치료를 이유로 돌연 미국행을 결심한 와히드는 현재 볼티모어 소재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 입원,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90년대 말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한데다 고혈압과 당뇨병까지 겹쳐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 한편 와히드의 정치적 텃밭인 동부 자바 젬버르 주민 1만여명은 27일 국민회의를 발족, 와히드를 국가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고 그의 민주주의 및 다원주의, 민족주의 가르침을 국민들에게 전파키로 결의했다. 국민회의는 또 산하에 국민주권회복위원회를 설립, 권력교체 후 위협받고 있는국민들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 수호를 위한 투쟁에 돌입키로 해 향후 정국 변화에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와히드가 이끌던 국민각성당(PKB)은 28일 국민협의회 및 국회 활동중지 방침을번복,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에 국회 교섭단체는 유지해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키로 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