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공허했다. 수천명의 보도진과 10만여명의 세계화반대 시위대로 북적댔지만 성과는 없었다. 한 젊은 시위자가 목숨을 잃은 것 외엔 이번 회담에서 특별히 기억할 게 없다. 지난주말 3일간의 회담을 마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들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에 변변한 선물 하나 주지 못했다. 세계 최강국 정상들의 만남이라는 빈수레만 요란하게 굴리다가 빈 손으로 돌아갔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었다. G7 정상들은 회담 중간에 러시아 대통령을 끌어들여 주요 8개국(G8)회담이라는 또 다른 회담 이름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회담 주인공들은 러시아 대통령을 뺀 G7 정상들이다. 핵심의제인 세계 경제는 G7 사이에서 다뤄진다. 핵무기나 테러 등 정치문제에만 러시아에 자리를 하나 내줄뿐이다. 26년 역사의 G7 정상회담의 빛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속은 비고 겉은 휘황찬란하다. 수행원과 경비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한해 전에 다뤘던 의제를 다시 끄집어내 똑같은 다짐과 합의를 공동성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고 있을뿐이다. 3천여명의 수행원에 2천만달러의 경비가 든 이번 제노바 G7 정상회담도 그랬다. 가난한 나라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국제질병 퇴치기금으로 13억달러를 조성한다는 공동성명의 내용은 작년에도 나온 합의사항이다. 혹시나 했던 세계 경제 회복방안은 성명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하나마나한 말뿐이었다. 세계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강한 달러'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부자 나라들의 '말잔치'라는 비아냥과 반(反)세계화 저항에 부닥친 G7 정상회담은 내년에 캐나다 로키산맥의 깊은 산중에서 열린다. G7 정상들이 내년에 다시 만날 때는 1차 오일쇼크 후 세계 경제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희생적인 협력정신을 발휘했던 1975년 첫 정상회담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