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반대시위로 시위자 1명이 숨지고 220여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정상회담이 21일 이틀째 회의를 끝냈다. 각국 정상들은 첫날 경제 문제를 집중 논의한데 이어 21일 한반도와 중동 등 지역현안과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교토기후협약에 대한 유럽과 미국간 이견을 해소하는데는 실패했다. 8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의 대북한 포용정책 지지 및 2차 남북한 정상회담의 개최 촉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유혈사태 종식을 위한 국제감시단 파견 ▲마케도니아의 평화와 안정 지원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정보기술,기아 및 에이즈 퇴치 지원 등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관련, 각국 정상들은 활발한 개별 회담들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으나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교토기후협약의 탈퇴로 유럽의 반발을 사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개별회담을 가졌으나이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유럽과 마찰을 빚고 있는 또 다른 의제인 미사일방어계획과 관련, 부시 대통령은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상들은 또 반세계화 시위 도중 20일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시위자의 죽음에 유감을 표명하고 "세계의 극빈지역"을 지원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장인 두칼레궁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15만명이 넘는 반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제노바 시내 곳곳에서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사망사건 후 시위대는 몇만명씩 집단을 이뤄 `암살자', `살인자' 등 구호를 외치며, 경찰저지선을 향해 돌멩이와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시위는 이탈리아 국경 밖까지 확산, 독일, 스위스, 캐나다 세계 곳곳에서 반세계화 시위가 21일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사상 최악의 반세계화 시위 속에 참가국 대표단은 앞으로 불상사를 막기 위해정상회담의 규모와 형태를 바꾸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주최국인 이탈리아는 빈국을 포함해 정상회담을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내년 여름 차기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캐나다는 대표단의 규모를 축소하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22일 8개국 정상들의 마지막 성명서 발표와 함께 폐막될 예정이지만 현안은 빠진 알맹이 없는 발표문과 사상 최악의 반세계화 시위로 오점을 남긴 채 끝날 전망이다. (제노바 AP.AF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