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가 21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탄핵을 위한 특별총회를 소집한 가운데 와히드 대통령은 총회 출석 요구를 거부, 정국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오전 TV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가운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총회에 출석해 국정운영 실패 등에 대한 해명연설을 하라는 MPR의 요청을 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도중 권력을 박탈당할 수 있는 극히 위급한 상황에 직면한 탓인지 기자회견 내내 평소와 달리 다소 위축된 자세로 일관한 그는 "특별총회는 반란행위"라면서 출석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MPR이 20일 전격적인 경찰청장 교체에 반발해 당초 다음 달 1일 소집키로 예정된 특별총회 개최 시기를 앞당긴다고 발표한 뒤 나온 와히드 대통령의 첫 반응이다.

그는 대립정국 해소를 위한 반대진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다양한 선택을 갖고 있다.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31일까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정적들에 반격을 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많은 국민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 군중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할 경우 나를 비난하지 말라"며 탄핵이 강행될 경우 지지자들에 의한 폭력사태 발생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싫든 좋든 헌법을 수호해야만 한다. 헌법이 누구에 의해서도 짓밟혀서는 안된다.

나는 여전히 실현 가능한 평화적인 타협을 희망한다"고 밝혀 막판까지 협상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피력했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대통령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1시간만인 이날 오전 10시 35분(현지 시간) 특별총회 개막을 선언했으며 회의장에는 국회의원과 지역 및 직능 대표로 이뤄진 전체 대의원 695명중 444명이 참석했다.

그는 개막 연설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오는 23일 총회에 출석해 집권 20개월간 드러난 각종 국정 난맥상과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에 대해 해명 연설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집권 국민각성당(PKB)과 일부 군소 정당들은 MPR이 인도네시아 사상 최초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쿠데타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총회 출석을 거부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이끄는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PDIP) 소속의알빈 리 의원은 와히드의 연설 거부 가능성과 관련해 "총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23일 오후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20일 발령된 1급 비상경계령에 따라 MPR 건물과 외국 공관, 관공서, 정치인 주택 등에 대한 삼엄한 경비를 펴는 한편 소요사태 발생시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