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 조창배(20)씨가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 유레카 인근 강가에서 익사 직전의 한국 여학생 두명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조씨가 어학연수 및 강의를 받았던 험볼트 주립대는 17일 교내 교회에서 부총장과 학생,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를 치러 조씨의 숭고한 죽음을 기렸다.

현지 일간지 타임스-스탠더드는 '20세 한국인이 영웅처럼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조씨의 희생정신을 크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3일 험볼트대에 어학연수중인 한국 학생 9명과 함께 경관이 좋은 윌코 크릭 인근 킴투 비치 트리니티강으로 놀러갔다가 여학생 2명이 급류에 휘말려 강 한가운데로 떠내려가자 수영을 못함에도 불구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력을 다해 구하려다 그만 쇠진, 끝내 나오지 못했다.

조씨가 사투를 벌일 당시 가족 등과 함께 강가에 있었던 한 주민이 학생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와 여학생 1명을 강둑으로 밀어냈으나 자신도 힘이 부쳐 조씨와 다른 여학생을 구조하긴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물속에 있던 여학생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기슭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조씨는 이미 자신을 구할 여력마저 소진, 익사했으며 험볼트 카운티 경찰국 잠수부들이 수심 약 4m의 강바닥에서 조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신문은 장례차 서울에서 온 가족과 친구들의 말을 인용, 조씨가 지역사회의 '밝은 빛'이었으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등 의협심이 강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지난 2월초 유학와 1년과정 어학연수를 3개월만에 끝내고 기계공학 강의를 듣던 중 참변을 당했다.

조씨는 레드우즈 칼리지 및 조지아공대에서 공부한 뒤 엔지니어로서 열교환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울 계획이었다

조씨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4개월간 함께 생활했던 케빈 샘셀은 "창배씨가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인 청년이었으며 나이에 비해 매우 똑똑했다"고 술회했다.

현지 유학생의 '대부'로 알려진 교민 김석주씨는 "부모들은 조씨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듣고나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며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을 영웅시하길 원치 않지만 우리는 조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 부모는 18일 화장한 아들의 유골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열교환기제작업체를 경영하는 조씨의 아버지(50.서울 거주)는 아들이 다녔던 학교와 회사를 돌아본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