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1년 남짓 남겨 놓은 페르디난드 피히 폴크스바겐 회장.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폴크스바겐을 이끌며 자동차업계 사상 커다란 획을 긋는 굵직한 업적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피히 회장은 1993년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은 뒤 엔지니어적인 자질을 발휘, 자동차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골프,파사트같은 모델들을 인기상품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단종됐던 딱정벌레차 비틀을 다시 생산, 미국시장 점유율을 굳히는 성과도 거뒀다. 체코의 스코다 같은 사회주의시대의 자동차업체를 소생시키는데 성공한 기업도 폴크스바겐 뿐이었다. 심지어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비틀거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폴크스바겐의 순익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두배가 늘어난 18억달러의 순익과 7백6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피히 회장이 애정을 갖고 추진하는 폴크스바겐의 첫 고급차시장 진출 프로젝트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후계자 선정도 끝낸 것으로 보인다. 피히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전 BMW회장이며 현재 그의 오른팔인 베르느드 피체츠리에더를 점찍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은퇴를 앞두고 안팎으로 여러 도전이 제기되면서 후계자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쟁쟁한 유럽의 경쟁사들이 품질 격차를 좁히면서 폴크스바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르노 푸조 포드차의 품질이 폴크스바겐을 바짝 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메르세데스 BMW 등 고급차 메이커들이 중저가 자동차를 출시, 폴크스바겐의 핵심사업영역에 진출하면서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수익도 지켜 나가기 어렵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공장생산량과 판매량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수익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낮은 주가로 인해 불평을 제기하고 있는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처리해 나가는 것도 남겨진 숙제다. 업계에선 차기회장으로 확실시되는 피체츠리에더가 주위의 거센 격랑을 이겨내고 피히 회장 만큼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