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시장이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보다폰그룹과 독일의 만네스만 사이의 1천8백3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전쟁이 유럽의 비즈니스에서 한 이정표가 되었다. 보다폰은 간단하게 독일회사를 인수했다. 반면에 독일 소비자와 노동조합은 정부에 국가의 재산을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중요한 것은 보다폰이 투자은행가들의 꿈을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그들은 금융에서 제약산업까지 모든 산업에 걸쳐 전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럼 승리자는 누굴까. 놀라지 마라. 인수합병의 축제는 없다. 사실 유럽은 지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성난 군중들과 독일인들을 중심으로 한 유럽 최고경영자들은 지난 6월4일 유럽의회로 하여금 인수합병법안을 거부토록 했다. 유럽의회의 법안거부로 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은 더욱 어렵게 됐다. 유럽재판소도 정부가 민영화된 회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할 수 있는 국가주식소유제(golden shares)를 인정함으로써 인수합병반대세력을 지지했다. 지금 미국에서 시작된 신경제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런던부터 헬싱키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기술산업은 무너지고 있다. 이에따라 유럽은 생존게임에서 잃어버리는 측면만을 보고 있다. 근로자 해고와 공장폐쇄, 기업부도는 사회단체와 국가를 한데 모으고 있다. 브뤼셀에 있는 법률회사의 반인수합병전문가 피터 알렉시아디스는 "미국의 자유주의 경제는 유럽에서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은 유럽인들이 급격히 후퇴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호주의는 그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인수합병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유럽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약탈의 대상이 되게 할 것이다. 이제는 협력할 때다. 유럽인들은 적대적인 인수합병시장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인수합병에 대한 보호막은 가격담합 압력을 유발한다. 가장 명백한 위협은 기술분야이다. 인피니온 알카텔 노키아 마르코니 같은 정보기술회사들은 수익 악화를 발표하고 있다. 알카텔은 마르코니인수전에 참여함으로써 세계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런 입찰계약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사실 현재로는 유럽연합(EU)에 단일화된 인수합병법이 없는 실정이다. 여러 시장이 합쳐진 유럽의 법률을 단일화하는데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많다. EU이사회는 투표권을 쥐고 있는 기업지분 소유자에게 어떤 법률을 제안해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