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 회피를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지자들의 대규모 폭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군과 경찰이 삼엄한 경계활동에 돌입, 긴장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은 다음 달 1일 소집되는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기간 MPR 경내로 진입하거나 과격행위를 일삼는 시위대에 실탄사격을 가할 방침이어서 유혈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군과 경찰은 동부 자바를 비롯한 지방에 거주하는 와히드 지지자 1만명이 탄핵저지를 위해 최근 자카르타로 올라온데 이어 MPR 특별총회 개최 때까지 최대 수십만명이 상경해 시위와 테러를 감행할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군.경은 17일 자카르타 인근 탕그랑 주둔 203 보병부대에서 1천700명이 참여한 가운데 MPR 특별총회를 전후한 시기에 예상되는 요인 감금과 과격 시위, 테러 등에대한 진압 및 해산 시범 훈련을 실시했다. 경찰은 치안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최악의 경우 군과 경찰 병력 4만2천여명을 자카르타에 투입해 중요 시설 및 관공서, 외국 공관, 공공시설 등에 대한 경비활동을 강화하고 요인 경호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키로 한 오는 20일과 특별총회 기간 MPR 건물 주변에 장갑차 20대와 오토바이 및 차량 500대, 헬기 2대 등을 배치해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의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경찰은 또 MPR 경내에 5천600명의 군과 경찰을 동원해 4중 저지선을 설치, 시위대의 진입을 차단하고 저지선이 뚫릴 때마다 해산 명령과 최루탄 및 고무탄 발사,실탄 사격 등의 단계별 대응을 하기로 했다. 소피안 자춥 자카르타경찰청장은 최근 도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재연 가능성과 관련해 "폭탄테러를 사전에 막기 위해 정보 수집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각국 대사를 포함한 외국 요인 신변 안전을 위해 특수요원 300명을 선발, 조만간 경호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와히드 대통령은 반대 진영과 타협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일 오후 6시(현지 시간)를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경고했으며 MPR은 비상사태 선포시 곧바로 탄핵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군과 경찰 수뇌부들이 비상사태 선포를 강력 반대하고 있어 탄핵 저지를위한 타협안이 20일까지 도출되지 않더라도 막상 비상사태가 발동될 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한편 MPR은 와히드의 신체적 장애를 국정운영 실패의 한 요인으로 결론짓고 차기 대통령부터는 취임 전 반드시 정신적, 신체적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마련, 다음 달 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