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제노바에서 20-23일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폭탄소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 제노바 당국이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16일 아침, 제노바 북부 카라비니에리 경찰서에서 한 경관(20)이 폭탄이 들어 있는 소포를 개봉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폭발, 손과 얼굴에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 경관은 제노바 산 마르티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으나 오른쪽 눈의 시력을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서측은 밝혔다. 경찰은 또 현지 경찰 본부 근처에 며칠째 수상한 차량 1대가 주차돼 있다는 신고에 따라 차량을 폭파했으나 뒤늦게 주인이 나타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제노바에서 수백 ㎞ 떨어진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의 아베차노 경찰서에서도또 다른 우편물 폭탄이 폭발, 경찰 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정상회담과는무관한 사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탄소포 사건 후 클라우디오 스카졸라 내무장관은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키 위한 책동"이라면서 반세계화시위에 대비해 제노바시의 경비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의회는 17일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안보태세를 추궁하는 대정부 질문을 벌일 예정이다. 이 사건 후 제노바시는 마치 군사기지를 방불케할 정도로 삼엄한 경비태세에 들어갔다. 최대 10만명의 시위대가 이 회담을 망치기 위해 제노바로 집결할 것이라는첩보에 따라 제노바시는 시로 통하는 도로 및 항구의 검문검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평소 2천명의 경찰이 상주하던 제노바에는 1만5천명의 경찰 및 경비병력이 배치됐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인 시내 중심가 이른바 `적색구역'에는 통과증을 가진각국 대표단 및 보도진, 주민 및 직장인 외에는 일절 접근이 금지되고 있다. 또 시위대의 제노바 접근을 막기 위해 18일부터 제노바의 항구와 기차역 한 곳을 봉쇄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당초 제노바 기차역 두 곳을 모두 봉쇄할 방침이었으나 반세계화단체의 거센 반발을 수용, 반세계화 단체들이 전세낸 특별열차에 한해 정상회담 전날인 19일 오후 2시까지만 한 곳의 기차역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차역 봉쇄방침에 반발한 반세계화단체의 시위대 약 100명이 스위스와이탈리아 접경지인 키아소에서 한 시간동안 독일 도르트문트-이탈리아 밀라노행 기차를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스위스 경찰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하며 적극 개입한 끝에 시위대를해산시키고 기차를 정상운행시켰다고 스위스 ATS통신은 전했다. 정상회담 저지운동에 참여하는 세계화반대단체중 하나인 제노바사회포럼은 경찰의 경비태세가 과대망상증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제노바사회포럼은 현재 740개 이상 단체가 제노바에서 반세계화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며 시위대 수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노바 AFP.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