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간 이어져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유럽 백인 중심 철옹성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제112차 IOC총회에서 전세계의관심속에 치러진 신임 IOC 위원장 선거에서 유색인종 최초의 위원장에 도전한 김운용(70) 대한체육회장이 구미 연합세력의 지지를 얻은 자크 로게(59.벨기에)에게 패했다. 로게 후보는 1차투표에서 46표로 과반득표에 실패했으나 곧이어 실시된 2차투표에서 59표로 과반수(56표)를 넘어서 향후 8년동안 지구촌 올림픽운동을 이끌 제8대위원장에 당선됐다. 1차투표에서 21표로 2위를 차지한 김 회장은 로게가 1차 최소득표자로 탈락한 미국의 아니타 디프란츠와 팔 슈미트(헝가리)의 표를 흡수한데 반해 2차투표에서 단2표를 늘리는데 그쳤다. 당초 아시아, 아프리카의 지지에 일부 미주 지역까지 가세해 로게에 다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김 회장은 백인들이 주류를 이룬 IOC의 '귀족주의'를 넘지 못해 좌절했다. 특히 김 회장은 베이징(北京)의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으로 '아시아에 2개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유럽쪽 주장이 급속히 힘을 얻은데다 선거 전날 언급한 'IOC위원 활동비 지급 공약'이 돈으로 매수하려한다는 비판을 자초, 구시대의 부패한 인물의 이미지로 부각돼 악재로 작용했다. 더구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며 IOC 주류인 '유럽인-백인 세력'과의 대결을 천명했던 김 회장은 이번 IOC 총회를 끝으로 집행위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평위원으로 떨어져 IOC 핵심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에 비해 IOC 경력이 일천한 로게 신임 위원장은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개혁파 뿐 아니라 백인 중심의 공고한 연대를 자랑하는 유럽과 미국 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이로써 8명째 선출된 IOC 위원장 가운데 1952년부터 72년까지 재임한 에버리 브런디지(미국)를 제외한 7명이 유럽국가에서 선출돼 유럽의 IOC 지배 구도는 상당기간 이어지게 됐다. 로게 위원장은 또 IOC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 선수 출신으로 IOC 수장에 오른 첫번째 인물이 됐으며 1925년부터 1942년까지 재임한 앙리 드 바이예-라투르에 이어 벨기에에 두번째 IOC 위원장 배출국의 영광을 안겼다. 앞으로 8년간의 임기와 재선됐을 경우 4년간 추가 임기 등 최고 12년동안 IOC를 이끌게 된 로게 위원장은 "지지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면서 "IOC의 미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게 위원장은 또 "모든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오늘 선거에는 패자가 없다"면서 "나와 경쟁한 4명의 위원들은 매우 유능한 분들이기 때문에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로게의 당선으로 IOC는 IOC 위원들의 역할 제한과 올림픽 규모의 축소, 지나친 상업화의 제동, 아마추어리즘의 강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로게는 21년간의 권좌에서 물러나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강력한 지원에 빚을 져 당분간 사마란치의 수렴청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