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네로레 콜(68) 여사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82년부터 98년까지 16년간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해온 콜 여사는 치료가 힘든 희귀한 질병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햇빛 알레르기에 시달려온 콜 여사는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말년을 보내다 루트비히스하펜의 아파트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선택했다. 지난 99년말 불거진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콜 전총리가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고향인 루트비히스하펜에 남아 있는 콜 여사를 돌보지 못한 것도 그녀의 죽음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33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콜 여사는 라이프치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후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8년 당시 서독 지역인 루트비히스하펜으로 이주했으며이곳에서 청년 콜을 만났다. 대학에서 영어 및 프랑스어 통역과정을 마치고 통역일을 하던 콜 여사는 1960년콜과 결혼한 이후 정치인의 아내로 41년을 살았다. 콜이 지난 73년 기민당 당수에 오르면서 콜 여사의 생애 최고 목표는 자신과 자신의 두 아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될정도로 그녀는 유명세를 싫어했다. 콜이 총리직을 있을 당시에도 드러나는 활동을 자제해온 콜 여사는 지난 98년기민당이 총선에서 패배, 콜이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거의 공식석상에 모습을나타내지 않았다. 98년 총선 패배 직후 콜 여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2차대전에서도 살아 남았으며 이번 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남편의 곁에 있을것"이라고 말해 변함 없는 금슬을 과시한 바 있다. 콜 여사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안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등 독일 정치인들은 다투어 애도의 뜻을 표명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소련 대통령도 콜 전총리에게 애도 서한을 보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