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영향력있는 신문사들에 대한 탈세혐의 조사가 첨예한 정치적 의견대립을 초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서울발 기사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신문사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아니면 용감하거나 둘중 하나"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국세청은 모두 23개 언론사에 대해 지난 5년간 10억 달러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3억9천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추징금을 부과했고 조선, 동아 등 최대 일간지 발행인들을 포함한 5명의 언론사 대표를 형사고발했다"고 전했다. 야당은 정부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경제개혁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보수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 대통령의 전임자로 지난 94년 유사한 세무조사를 지시한 바 있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이번 세무조사를 "김대중 씨의 재집권을 위한 쿠데타의 서막"이라고 표현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편집인과 언론사 사장을 대표하는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이번 조사가 "부분적으로 정치적인 동기와 언론을 협박하려는 의도로 실시됐다"고 말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세무조사에 대한 광범위하고 적대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신문들은 그들의 대정부 투쟁과 관련해 국민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최근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다수는 세무조사가'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고 말하고 "많은 사람은 신문사들이 탈세를 위해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종종 거만하고 신뢰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 언론의 실상을 한국인들이 점점 깨닫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기자들의 과로로 인해 사실보도의 오류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고 소문과 추측이 자주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며 명예훼손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주요 시민단체들은 언론이 아직까지 개혁되지 않은 마지막 기관이며 부패관행이 아직도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정부주장에 동의를 표해왔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한국 기자의 5분의1이 기사를 잘 써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있으며 신문사들은 거의 독립적인 감사를 받지 않고 있어 광고료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국세청 직원의 절반 가량을 투입해 4개월간 실시한 이번 세무조사가 모든 신문사들이 개인기업이며 그중 많은 신문사들이 족벌소유로 재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필요했다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김 대통령이 언론개혁 추진으로 비싼 대가를 지불할지도 모른다"며 "그에 대한 지지도가 이미 27%로 떨어진 상태에서 실시된 이번 세무조사는 앞으로 남은 18개월 간의 잔여임기 중 언론의 적대적 태도를 거의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