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북미지역에서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물(SF)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서나 볼 수 있는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에 대한 개발작업이 하나둘씩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0-40년안에 인간처럼 배우고 생각하고 결정하며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인간로봇' 탄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인공지능'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소년 로봇 데이비드와 인간들에게 섹스를 제공하는 `섹스기계' 지골로 조(쥬드 로 분)를 등장시켜 로봇의 인간화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세기의 대표적 영화 작가 겸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99년 70세로 사망)이 당초 구상한 SF 드라마를 스틸버그가 3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것으로 6월29일-7월1일 북미지역 흥행수입에서 3천10만달러를 기록, 개봉 첫주만에 1위에 올랐다. 미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선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인공지능개발업체인 사이코프는 17년간 연구해온 인공지능 로봇 `사이크'(Cyc)에 관한 소프트웨어 일부를 7월중 웹사이트 오픈사이크닷오알지(OpenCyc.org)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한다. 사이크는 `백과사전'(en`cyc'lopedia)에서 따온 것으로 사이코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더그 레나트(50)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생각하는 기계'. 레나트와 연구자들은 사이크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40만개의 문장과 수십만개의 어근(語根), 이름, 서술적 묘사문, 추상적 개념, 추론법 등을 입력시켰다. 그 결과 사이크는 나무를 더 작게 쪼갤 수 있으나 탁자를 쪼갠다고 더 작은 탁자를 만들 순 없다는 것을 이해할 정도가 됐다. 또 아직 형체를 갖추진 않았지만 사이크는 탄저병(anthrax)에 대해 "anthrax가 헤비메탈그룹, 박테리아, 질병을 의미하는가"라고 반응했으며 인간에게 유해한 박테리아에 대해 논평해달라고 하자 "나는 당신이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피플매거진'(주간지)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레나트는 사이크가 직원명부에서 잘못 기재된 생일과 같은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입력된 다양한 정보들을 추출하고 편집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크는 쉬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말해보라는 지시에 서핑보드를 든 남자들의 사진을 합성해냈으며 드라큘라가 뱀파이어이지만 뱀파이어들은 가상의 세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음성인식기능을 갖추고 질문에 문자로 대답하는 사이크는 미 국방부와 제약회사 글랙소스미스클라인,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주 폴 앨런 등이 5천만달러를 지원했으며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 시스템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진은 사이크가 시비를 가릴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라든지 설명이 어려운 일반상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온라인 투자증권회사인 찰스 스왑은 최근 인공지능을 웹사이트에 장착, 고객들이 정보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으며 전화통신업체인 AT&T는로봇이 축구를 하거나 컴퓨터 네트워킹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중이다. 벨기에의 스타랩은 내년까지 실제 고양이 능력과 비슷한 인공뇌 개발을 완료할게획이다. 이 인공뇌는 약 7천500만개의 인공신경세포를 보유하게 된다. 업체들이 개발중인 인공지능 로봇이 과연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50년께면 로봇 축구팀이 인간 축구팀과 대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이론은 1956년 미 다트머스대학의 한 회의에서 처음 제기된 후 1968년큐브릭 감독의 `2001년 오디세이'(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우주선 승무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내용)를 거치면서 80년대 중반 학계와 언론으로 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