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구관이 명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다. 취임초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반(反)클린턴'노선을 취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겉으로는 '강한 달러'를 표명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달러가치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슬쩍 흘리던 태도도 사라졌다. 대북문제 등 취임초의 강경노선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면서 '클린턴류(流)'로 되돌아갈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부시의 클린턴 스타일(Bush's Clintonesque Style)'이란 제목으로 이런 부시 행정부의 변화를 보도하기도 했다. ◇확고해진 '강한 달러'정책=취임 직후부터 부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강한 달러'였다. 겉으로는 그랬지만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했다. 재무장관 백악관비서실장 상무장관을 모두 굴뚝업종 경영자 출신으로 앉혀놓고 '친기업 정책'을 펴겠다는 부시가 과연 강한 달러를 고수할지 의심이 갔던 탓이다. 월가(금융계)는 강한 달러를 좋아한다. 해외자금을 미국 자본시장으로 유인하자면 '달러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체는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 달러가 약세여야 해외시장에서 물건값을 낮춰 팔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폴 오닐 재무장관은 "통화가치는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을 반영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자연스럽다"며 인위적인 달러고(高)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최근 미 경기가 급랭하자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데도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상현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강한 달러'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강한 달러를 유지,외국자본을 계속 끌어들이는게 필요하다고 최근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상징인 '강한 달러'를 부시 행정부가 확실히 '계승'키로 한 셈이다. ◇여론중시형 스타일=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의 '여론눈치 보기'식 정책결정을 비난해 왔다. 그래서 "정책결정 방법을 혁신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취임 5개월이 지난 요즘 오히려 클린턴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정책 및 정치담당 보좌관의 주례 회의. 클린턴 시절 보좌관들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전략을 짜는 '정책+정치'혼합형 정책결정 방식을 채택했다. 요즘 부시의 보좌관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주례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강경에서 현실타협으로=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북정책 재검토와 교토의정서 파기를 선언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초기 강경입장은 클린턴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분석한뒤 "이제는 현실 타협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재개에 나섰다. 또 교토의정서 파기에 대한 대책으로 지구온난화 연구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기금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