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주주총회 모습이 바뀌고 있다. 소니와 닛산자동차, NEC 등을 시작으로 지난 21일부터 막이 오른 3월 결산 법인들의 주총은 상당수가 오는 28일에 몰려 있어 이번주가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주총이 특정일에 집중되는 현상은 종전보다 크게 완화됐다. 장소, 회의진행 방식, 정보공개 등에서 '열린 주총'을 표방하는 기업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8일에 주총을 치르는 기업은 전체 3월 법인의 7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개사중 8개사가 같은 날 주총을 여는 셈이라 주주들의 권익을 충분히 배려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 95년 96.2%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집중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증시의 3월 결산법인은 1천6백92개사다. 총회일 분산과 함께 주주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평일이 아닌 토,일요일에 주총을 치르기로 한 기업은 18개사로 작년의 13개사보다 5개사가 늘어났다. 특정일에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작년보다 주총 날짜를 1주일 앞당긴 소니는 장소도 본사 인근의 대규모 호텔을 빌려 치렀다. 본사 회의장에서 개최했던 작년의 경우 장소가 협소한 바람에 상당수 개인주주들이 입장도 못한채 그대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대형 레코드사인 에이벡스는 콘서트를 겸한 주총을 준비해 놓고 있다. 게임소프트 도매업체인 디지큐브는 주총을 오후 5시 30분부터 열고 총회 종료후 임원들과 주주들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내.외부의 벽을 허물면서 열린 총회를 강조하는 기업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고 있다. 마쓰시타전기는 오사카 본사에서 치르는 주총을 도쿄와 나고야의 회장에 위성으로 동시에 중계한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주총 모습을 인터넷에 띄우기로 했으며 자동차부품 업체인 미스미는 올해부터 주주가 아닌 일반인들도 주총에 초대하기로 했다. 주주를 대신한 대리인출석을 인정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아사히초자가 작년부터 조건부로 주주이외의 대리인 출석을 인정하기 시작한데 이어 올해는 후지쓰, 닛코증권, 야마노우치제약, NEC등 대리인 출석을 받아들이기로 한 대기업이 급격히 늘어났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증시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주주들의 권리 의식 또한 높아져 회사측 의안을 무조건 지지하는 우호적 주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증권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주총을 주주들에 대한 투자설명회의 장으로 활용해온 구미기업들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증시도 앞으로는 개인투자자를 많이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도 주총은 회사와 주주간의 적극적인 교류 기회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